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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권영세 통화" "검사가 운동권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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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이 여야의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장에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불러놓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거침없이 실명(實名)을 거론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전직 검사 출신인 여당 의원이 이번 사건 수사 검사의 과거 운동권 경력을 폭로하는 이례적인 일도 일어났다.

 먼저 포문을 연 건 민주당이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해 12월16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중심으로 권영세 당시 선대본 종합상황실장(현 주중 대사)과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댓글 수사를 여당에 유리하게 발표하게 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보다 ‘윗선’이 있다는 이른바 ‘몸통론’이다.

 박범계 의원은 “김 전 청장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행정고시 합격 후 요상하게도 국정원에서 상당 기간 근무하다 경찰에 투신했다”며 “권영세 당시 상황실장은 국정원에서 3년간 파견근무를 했고, 2011∼2012년 국정원을 다루는 국회 정보위원장이었다. 당시 (국회) 회의에는 박 전 국장 등도 배석했다”고 과거 경력을 거론했다. 세 사람에게 ‘국정원’이란 연결고리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경찰이 당시 확보했던 디지털 분석 결과 보고서를 12월 18일 제대로 발표했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문재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영세 대사는 하현봉 주중 대사관 공보관을 통해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박 의원의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로 여당을 압박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국기 문란의 시작부터 끝까지, 몸통부터 깃털까지 모든 진실을 밝혀나갈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과 경찰, 검찰 등 3개의 중요한 국가 권력기관을 바로 세우고 헌정질서를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사건 자체가 조작이며, 그 배후에 민주당이 있다면서 ‘음모론’으로 역공했다.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의혹을 민주당에 제보한) 국정원 전 직원 김상욱씨는 지난해(총선 때) 경기 시흥갑에 출마하려고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인데, 김씨와 민주당 지도부의 연계 문제에 대해 전혀 수사가 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매관매직을 통해 국정원 전 직원인 김씨를 끌어들여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권성동 의원은 법사위에서 “권영세 전 실장이 몸통이라는데, 김부겸 전 문재인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 (김상욱씨를 끌어들인) 민주당 공작정치의 몸통이라는 제보를 받았다”고 반격했다.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국정원장이 종북 인사의 제도권 진입을 막으라고 한 게 선거법 위반이냐”며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단편적 사실들을 짜깁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주임검사의 과거 행적을 문제삼았다. 그는 법사위에서 “진재선 검사는 서울대 법대 92학번으로, 1996년 PD계열의 운동권 부총학생회장이었다”며 “1996년 4월 30일 충북대 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면 ‘청년학생의 투쟁을 축복하는 비가 내린다. 이 자리를 노동자와 청년학생이 함께하는 자리로 만들자. 김영삼 정부를 타도하자’는 내용이 있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또 “2007년 9월 12일 (노동운동 단체인) 사회진보연대가 사무실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을 했는데 (진 검사가) 3000만원을 냈다”면서 황 장관에게 “진 검사가 사회진보연대 후원 명단에 있는지 확인해 봤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황 장관은 “(검사 임용 이후) 사회진보연대의 후원회원이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한국 검찰에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공소장이 나온 데다 주임검사가 운동권 출신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사태”라고 하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운동권 출신은 검사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반박하고,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도 “윤석렬 팀장을 비롯한 수사팀원들과 대검 간부들이 다 검토하고 결재한 내용 아니냐”고 거드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

 이날 새누리당의 강한 역공에는 전날 문재인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을 거론한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원내 특별팀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강인식·김경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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