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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적발 어린이집 85% 정부가 인증한 우수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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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강남에 사는 김모(34·여)씨는 지난해 초부터 M어린이집에 세 살짜리 아들을 보낸다. 어디로 보낼지 고민하다 이 시설이 보건복지부 평가인증을 받았고 서울형 어린이집이어서 선택했다. 민간시설이지만 국공립 수준으로 아이를 돌본다고 해서 안심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 어린이집이 홈페이지에 올린 급식·간식 메뉴가 실제와 달랐고 특별활동비를 횡령했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2단계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믿었는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정부 보조금 횡령 등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의 수사를 받고 있는 어린이집 104곳의 명단을 입수해 인증 실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88곳(85%)이 평가인증을, 이 중 44곳은 서울시 인증을 받은 서울형 어린이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등 비리가 잇따르면서 부모들이 2단계 인증제도에 기대 어린이집을 선택하는데 여기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전국 어린이집 4만2527곳 중 2만8942곳(68.1%)이 평가인증 시설이다. 미인증 시설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높은 점수를 받은 곳 중에서 1시설 1계좌 보유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서울형 어린이집(1812곳)이 된다.

 어린이집 검증에 구멍이 난 이유가 있었다. 본지가 현직 보육교사 21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16명이 평가인증을 조작하거나 편법을 동원했다고 털어놨다. 평가인증은 건강(영양)·안전 등 5~6가지 영역, 55~70개 항목을 따진다. 가장 흔한 조작이 보육일지다. 서울 강북의 한 어린이집은 보육계획에 따라 지난 4월 말 ‘놀이터에서 아이가 찾은 꽃 이름을 알려줬다’고 기록해 평가인증을 통과했지만 실제 바깥에 나가지도 않았다. 점수를 잘 따려 월 1회 이상 안전교육이나 소방훈련을 한 것처럼 꾸미기도 한다. 블록·장난감·교구 등을 다른 어린이집에서 빌려오는 것은 다반사다.

 평가인증 때 현장확인반이 어린이집에 와서 하루 종일 조사하지만 조작과 편법을 걸러내지 못한다. 사전 통보하는 방식이어서 미리 대비하고, 서류 중심으로 조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증 통과 후 한 두 달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기 일쑤라는 게 보육교사들의 증언이다. 사후 검증도 허술하다. 지난해 복지부가 처음 평가인증 시설 400곳을 불시 조사했더니 절반 정도가 ‘불량 판정’을 받았다. 올해 2단계 인증에는 1800억원의 예산(인센티브 포함)과 수수료 30억원이 들어간다. 육아정책연구소 서문희 선임연구위원은 “평가인증 사후 검증을 강화해 원래대로 유지되면 가점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감점을 해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이지영·고성표·장주영·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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