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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보존, 이동식 투명댐 설치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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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반구대 암각화 보호를 위한 ‘카이네틱 댐(Kinetic Dam)’의 조감도. 폴리카보네이트와 철골을 이용해 만든 구조물로 암각화(붉은색)를 둘러싼다. [사진 문화재청]

투명구조물 ‘카이네틱 댐(Kinetic Dam)’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살려내는 ‘솔로몬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국보 제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을 위해 암각화 전면에 이동식 투명댐이 설치된다. 정부는 16일 정홍원 국무총리, 변영섭 문화재청장, 박맹우 울산시장,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등 관계기관장이 참여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합의한 ‘카이네틱 댐’ 방안은 단단하고 투명한 재질의 폴리카보네이트 보호막을 만들어 이를 암각화 주변에 둘러싸자는 것이다. 건축가 함인선(54·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씨의 제안이 본지 보도(5월 9일자 25면)를 통해 알려지면서 암각화 보호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지난 10여 년 양측이 대립하면서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반구대 암각화 보호 문제가 풀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하지만 앞으로 안전성 조사 및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이 남아 있어 문제의 완전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수 vs 경관, 양측 주장 포용=이날 협약은 정 총리 주재 아래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반구대 암각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대립에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도 가세하는 모양새였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인근 사연댐 수위조절을 통한 암각화 보호를 주장했으나, 울산시는 식수 부족 문제를 들며 생태제 방안을 내세워 왔다.

 이번 카이네틱 댐 방안은 여러 측면에서 양측의 주장을 포용하고 있다. 일단 사연댐의 수위 변화에 따라 구조물의 높이를 조절해 암각화를 보호하기 때문에 울산시의 식수문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 투명한 구조물인 데다 필요에 따라 이동과 철거가 가능하기에 기존 자연경관 및 지형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유네스코 등재 가능할까=그러나 걸림돌이 남아 있다. 일단 카이네틱 댐에 대한 안전성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조경규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술적 검토에는 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정밀조사에서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새로운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네틱 댐이 물을 차단할 수 있으나 항구적인 해결방안은 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일단 댐을 설치한 후 다시 영구적인 보호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도 통과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는 구조물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암각화 주변 경관이 훼손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심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주변 경관이 훼손될 경우 문화재청이 계획하고 있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강경환 반구대 암각화 전담 TF팀장은 “투명한 구조물이고, 무엇보다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네스코 등재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해외 전문가 등을 초청해 이 문제에 대해자문을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희 기자

◆반구대 암각화=울산시 울주군 대곡리의 바위에 새겨진 그림. 신석기 말~청동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폭 10m, 높이 4m 정도의 면적에 고래·물개·사슴·호랑이 등의 동물과 사냥·고래잡이 장면 등 총 300여 점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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