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組閣 명단'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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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단독 보도한 새 정부의 장관 후보 명단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본지에는 10일 18개 부처.2개 위원회는 물론 정보기관.민주당.한나라당에서까지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명단의 출처와 함께 "가능성이 큰 순서대로 이름을 쓴 것이냐" "빠뜨린 이름은 없느냐"는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관가에서도 이 보도가 하루종일 화제였다.

중앙일보에 게재된 명단을 오리거나 복사해 가지고 다니면서 자신과 가까운 인사가 거명된 데 흐뭇해하거나 자신과 연고가 있는 사람이 배제됐다며 실망하는 고위 관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의외의 인물이 많이 포함된 교육부에선 삼삼오오 모여 후보로 거명된 인사 가운데 개혁적 인물이 올 경우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까 전망하는 광경도 보였다.

일부는 "그동안 하마평에 오르내린 사람이 많고, 새로 거명된 사람이라도 할 만한 사람들이 포함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후보에 이종오(李鍾旿)인수위 국민참여본부장이 올라 있는 것을 보니 상당히 신경을 쓴 명단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李본부장은 한번도 복지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으나 사회학을 전공한 데다 친형이 이종욱(李鍾郁) 세계보건기구(WHO)사무총장이며 부인이 신필균(申弼均)장애인복지공단 이사장이라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것이다.

장관 후보에 대한 성급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다. 문화관광부의 한 인사는 물망에 오르지 않았던 이철(李哲)전 의원이 거명된 데 대해 "국회 문화공보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한 李전의원이 입각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기업체도 촉각을 세웠다. 모 통신회사에선 "거명된 정보통신부 장관 후보 중에 누가 유력한지 알아내라"는 사장실의 특명이 떨어져 취재기자들과 인수위에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반면 하마평에 올랐거나 국민참여센터로 추천이 됐으나 5배수 안팎으로 압축된 명단엔 들지 못한 인사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인수위로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를 찾아와 입각 문제를 상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분과별 각료 추천 작업을 진행 중인 인수위는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상당수가 장관 후보에 들지 못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실망감이 반영된 탓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직접 나서 인수위원들을 다독거리기도 했다. 盧당선자는 10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장시간을 할애해 본지 보도에 대해 언급했다.

"여러분이 열심히 일했는데, 각료 추천위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중앙일보를 보니 비선의 핵심 측근이 추천 업무를 따로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 어떤 핵심 측근이 작성했는지 모르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저의 의도를 많이 빗나간 것이어서 비핵심 비측근이다, 그렇게 넘어가고요…."

盧당선자 측은 5단계 장관 추천 절차(온.오프라인 모집→인수위 각 분과추천위 추천→인수위 인사추천위 심사→인수위 검증위원회 검증→盧당선자.총리 내정자 협의)를 거치되 盧당선자가 고른 인물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여러번 공언했다. 盧당선자가 추천하는 사람은 언제든 후보에 넣을 수 있도록 해 둔 것이다.

그럼에도 盧당선자가 이처럼 말한 데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별도의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인수위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공식적 인사 검증 시스템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강민석.서승욱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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