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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채팅 동시에 … 게임기, 스마트TV와 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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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북미 최대의 게임 전시회인 E3가 열리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한 게이머가 EA의 신작 비디오게임 ‘배틀필드4’를 체험하고 있다. 올해 E3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각각 최신 비디오게임기기를 선보였다.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북미 최대 게임 전시회인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2013’의 엑스박스 전시관. 소파와 TV 등 집안 거실처럼 꾸며진 무대 앞에 긴 줄이 만들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비디오게임기인 ‘엑스박스 원’을 체험하려는 사람들이다. 무대 위에 올라서면 동작인식 기술이 적용된 키넥트가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한다. 사용자의 얼굴 표정을 인식해 감정을 체크하는가 하면, 근육의 움직임을 색깔로 표현해 어느 근육이 많이 쓰이고 있는지를 TV 화면에 표시해주기도 한다. MS 엔지니어 제프 핸셔는 “심장박동, 근육 움직임, 주먹을 휘두를 때 힘의 세기 등 게이머의 모든 동작을 감지할 수 있다”며 “손으로 게임을 구현하는 동시에 ‘미사일 발사’라고 말하면 미사일이 날아가는 등 사용자가 보다 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나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는 올해 E3의 주제는 ‘다음은 무엇일까(What’s the next?)’다. EA·닌텐도·워게이밍 등 200여 개 PC 및 비디오 게임 업체가 참여해 각자 차세대 시장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1995년 미국에서 처음 개최된 E3는 일본 도쿄게임쇼, 독일 게임스컴과 함께 세계 3대 게임 박람회로 불린다. 올해 관심의 초점은 무엇보다 업계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MS와 소니가 동시에 공개한 신제품이다. 이들은 E3 개막일 하루 전 새로운 콘솔 기기인 ‘엑스박스 원’(MS)과 ‘플레이스테이션4’(소니)를 공개했다. MS는 8년, 소니는 7년 만에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두 제품 모두 추수감사절 즈음인 11월 출시 예정이어서 치열한 ‘콘솔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94년 플레이스테이션이 처음 출시되고, MS의 엑스박스는 2001년부터 판매됐지만 두 제품이 같은 해에 새 제품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업체는 모두 차세대 게임기를 통해 게임은 물론 TV·동영상까지 즐길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엑스박스 원은 셋톱박스 기능이 더해진 ‘올인원 홈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며 전문 게이머들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생활 속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시도했다. 카림 리드 MS 엔지니어는 “이제 구글 TV, 애플 TV를 따로 살 게 아니라 엑스박스 하나로 모든 게 가능해진다”며 “게임기로 실시간 스포츠 경기를 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을 하며 동작인식 게임도 즐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니 역시 PS4를 통해 음원·동영상은 물론 계열사인 소니픽처스에서 제작한 유명 영화·드라마도 볼 수 있다. 소니는 MS의 엑스박스보다 가격을 100달러 낮추고 엄격하게 금지해왔던 중고 게임 거래를 허용했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 콜린 세배스천은 “5년 만에 간신히 흑자를 낸 소니 입장에서는 올해 E3가 ‘꼭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 생존경쟁의 현장’과 같다”며 “비디오게임기 사용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줘 이른 시일 내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게 소니의 목표”라고 분석했다. 스페인 게임 업체에서 근무하는 스테판 바우어는 “소니는 기존 고객인 게이머에 집중해 가격을 낮추고 게임 콘텐트 확보에 힘쓴 반면에 MS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중이 선호하는 보다 큰 시장을 노리고 전략을 짠 것 같다”고 전했다.

 게임 제작사들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스퀘어에닉스는 자사의 인기게임 ‘파이널 판타지 14’를 시연하면서 동시에 디즈니와 합작한 ‘킹덤하츠3’의 3D 버전을 공개했다. 닌텐도는 콘솔 게임기 ‘위유(Wii U)’와 ‘닌텐도 3DS’를 중심으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3D’와 ‘마리오 카트 8’ 등의 게임을 선보였다. 댄스 시뮬레이션 게임 소프트웨어 ‘저스트 댄스 2014’의 개발사 유니소프트는 부스에 무대를 설치해 놓고 전문 댄서들을 고용해 올해 새로운 게임으로 추가된 싸이의 ‘젠틀맨’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대형 화면에 싸이 게임 캐릭터가 나타나 춤을 추자 크게 환호하며 댄서들과 함께 ‘시건방춤’을 따라 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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