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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맥과이어는 진짜 '빅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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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여름,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를 기억한다. 그해 메이저리그 최초로 한 시즌 홈런 70개를 때려낸 맥과이어는 2001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그 맥과이어가 지난 주말 친정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부터 인스트럭터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 카디널스는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열리는 팀의 스프링캠프에 맥과이어를 초청했다.

팀 대변인 브라이언 바토는 지난 8일 "맥과이어를 '스프링캠프 인스트럭터'로 초청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라며 고사했다"고 밝혔다.

맥과이어는 은퇴 후 현장과 거리를 뒀다. 지난해 카디널스의 원로 방송인 잭 벅이 사망했을 때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빼고는 공식적인 행사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맥과이어가 카디널스와 인연을 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사부(師父)라고 할 수 있는 토니 라루사 카디널스 감독과 월트 자케티 단장, 중견수이자 팀의 리더 짐 에드먼즈 등과는 막역한 사이다. 사적(私的)으로는 친분을 유지하면서도 공적(公的)으로는 무대 앞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맥과이어가 초청을 거절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라루사 감독과 이번 캠프에 타격 인스트럭터로 초청된 월트 리니액은 모두 타격에 관한 한 맥과이어와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그들은 현대 타격 이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찰리 로의 이론을 따르고 있다. AP통신은 라루사 감독과 리니액을 찰리 로의 '문하생들(disciples)'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70년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타격 인스트럭터였던 찰리 로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조지 브레트 같은 출중한 제자들을 배출하면서 타격 이론의 대가(大家)로 인정받았다. 그의 이론의 요점은 쉽게 말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다운 스윙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맥과이어의 스윙이 어디 다운 스윙인가. 맥과이어는 자신의 체구(1m96㎝.1백14㎏)와 파워를 충분히 이용하는 자신 만의 타격자세를 고수했다. 보통 타자들보다 5도 이상 밑에서 나오는 어퍼컷 스윙을 구사한 것이다.

또 무릎과 허리로 타이밍을 잡으라는 '교과서'를 어기고 팔로 타이밍을 잡았다. 타격이 끝날 때까지 두손을 방망이에서 떼지 않는 '정석' 대신 한쪽 손을 놓고 한손으로만 크게 팔로스윙을 했다(이승엽.심정수 등이 사용하는 기술이다).

맥과이어는 자신의 이론과 카디널스 코칭스태프의 이론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신이 무대 앞으로 나설 경우 불가피하게 생길 수밖에 없는 '이론적 충돌'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인스트럭터로서의 초청에 고개를 가로저었던 것이다.

그의 선택이 현명하다고 느껴진다. 특히 나서야 할 때와 그러지 말아야 할 때를 판단하지 못하고 기회만 생기면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작은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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