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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제값에 팔아드려요 … 지역농협이 연 600억 매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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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0일 오후 경남 합천군 초계면 합천동부농협 직원들이 농산물 저장창고에서 수확한 양파를 분류하고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7일 경남 합천군 초계면 합천동부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밭에서 막 딴 수박이 트럭에 실려 속속 들어왔다. 수박은 컨베이어를 타고 먼저 당도가 측정된다. 이어 4∼10㎏씩 무게에 따라 6가지 등급이 부여됐다. 선별을 마치면 ‘더위 잡는 수박’이란 상표가 붙여진다. 이날 하루만 오전 8시부터 온종일 1만 개(60∼70t) 가까운 수박이 선별작업을 거쳤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합천수박이 한창 수확철을 맞은 것이다.

 작업장 직원들은 워낙 바빠 말 붙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곳곳에 파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합천동부농협 직원이다. 수박 실은 트럭을 운전하고 지게차로 선별한 수박을 옮겼다. 총무팀 이기종(36) 과장은 “대출·보험 등 담당업무가 있지만 농작물 수확 때가 되면 교대로 현장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농번기인 요즘 농협 창구에는 필수 인원만 남는다.

 금융업무에 치중하는 대부분의 농협과 달리 농산물 수확·판매에 경영의 우선순위를 두는 농협이 있다.

 합천동부농협이 대표적이다. 정인숙(56) 조합장은 “농민들이 피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 전량을 제값에 파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수박의 경우 농협은 일주일에 두 차례 농민들에게 가격을 예시한다. 농민이 받아들이면 곧바로 수확에 들어간다. 농협 직원은 작업반을 꾸려 밤을 새워 수확한 뒤 산지유통센터로 출하한다. 농민 이용태(44·합천군 쌍책면 성산리)씨는 “노인들은 8㎏짜리 수박 한 덩이를 들기도 어려운데 농협이 수확해서 팔아주기까지 하니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농협이 판매에 나서면서 농산물 가격 하락을 막는 효과도 생겼다. 농협이 가격을 예시하면서 밭떼기 상인들이 합천에서는 더 이상 가격을 후려칠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 측은 농산물 수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09년 국내 가격이 폭락한 배추 100만 달러어치를 일본으로 수출한 데 이어 이듬 2010년에는 양파를 수출해 3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5개 면이 합병된 합천동부농협은 지난해 국내외에 농산물을 팔아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촌 농협 평균 매출의 2배 가까운 금액이다. 정 조합장은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조합원을 위해 농산물 판매를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화 사업을 발굴해 소득을 끌어올린 농협도 있다. 경북 구미 무을농협(조합장 김연목)은 조합원이 1200여 명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벼 건조저장 시설과 육묘공장, 미곡처리장, 주유소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새송이버섯 종균배양소 운영으로 지난해만 2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순이익은 3억4000만원이다. 사업 시작 10년 만에 매출이 27배 이상으로 성장한 것이다.

 종균 배양은 버섯 사업에 그치지 않고 있다. 무을농협 권태국(42) 상무는 “종균배양소 부산물로 개발한 사료로 한우 100마리를 기르고 있다”며 “앞으로 하루 1만 마리를 먹일 수 있는 사료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앞으로 한우 1000마리를 사육하고 농가에도 이 사료를 공급할 예정이다.

합천=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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