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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케빈 밀러 파동의 끝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야수 케빈 밀러의 영입을 놓고 보스턴과 주니치의 줄다리기끝에 결국 주니치 측이 밀러 영입포기의사를 나타냈다.

작년까지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활약했던 케빈 밀러는 올해 1월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 입단에 합의를 했었다. 그러나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오 엡스타인 단장이 뒤늦게 주니치 측에 밀러에게 지급한 계약금을 다 물어주고 베니 아그바야니 외야수를 주는 조건으로 케빈 밀러를 보스턴으로 양도해달라고 나선 게 이번 파동의 발단이다.

일단 경과를 살펴보자.

1월 8일-주니치가 밀러의 신분 조회를 마치고 교섭을 시작.

9일-플로리다 말린즈가 밀러의 방출에 동의해, 주니치에 계약 양도를 인정한다.

11일-주니치가 밀러 획득을 정식으로 발표. 2년 계약 (3년째는 옵션)으로 계약금 50만달러, 1년째 연봉 250만 달러, 2년째 300만달러로 주니치 외국인선수 사상 최고액 제시.

15일-보스턴 레드삭스가 자유계약으로 풀린 밀러의 계약 양도를 신청하는 동시에 주니치 측에 교환 조건을 낸다.

16일-밀러 측이 보스턴의 신청을 거부한다.

17일-보스턴의 양도 신청에 주니치 니시가와 구단 사장은 100% 있을 수 없고 돈벌이를 할 생각도 없다며 단호히 거절.

18일-보스턴 글로브지에 LA, 양키즈와 함께 보스턴은 한번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구단이라는 밀러의 코멘트가 실린다.

19일-주니치 측이 밀러에 전화해 일본에서 활동할 의사를 확인.

23일-섭외부장이 밀러의 자택을 방문해 주니치 입단의 의향을 확인, 주니치 측은 소동 종결 선언.

27일-가정 사정으로 밀러가 일본 입국을 지연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28일-밀러는 일본 이적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주니치에 전하고 있다고 보스턴 글로브지가 다시 보도.

2월 6일-주니치 구단 사장이 밀러 영입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다.

밀러가 주니치에서 보스턴으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가장 큰 이유로는 안전문제를 들 수 있다.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불안한 세계정향으로 볼 때 미국본토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아내 지나는 일본행을 극도로 꺼리고있고, 베트남전 참전경험이 있는 밀러의 아버지도 아들의 일본행에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니치 입단계약의 효력이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사무국은 일단 주니치와의 계약이 우선이라고 밝혔으나 밀러는 기본적으로 합의했을뿐, 정식계약이 아닌 구두계약이었다며 이에 맞서고 있다.

지난해 말 FA로 뉴욕 메츠와 가계약을 한 뒤 갑자기 일본 긴데츠 잔류를 선언한 나카무라의 전례도 밀러에겐 좋은 방패가 되고있다.

또한 2월 4일에 주니치의 고다마 섭외부장과 2번째로 회담한 것은, 전화로 입단거절하는 건 실례라 생각해 직접 만나 주니치 입단을 거절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주니치는 계약금도 넘겨주는 등 정식계약을 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법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엔 계약기간 2년동안 밀러를 미국에서 뛰지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밀러와 중일의 계약은 미.일 커미셔너가 인정하고 밀러 본인도 통일 계약서에 사인해, 1월 31일에는 주니치선수로 센트럴리그에 등록되었다는게 주니치측 주장이다.

어느 쪽의 입장이 맞든 간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골치 아픈‘밀러 파동’에 깊숙히 관여할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일단 밀러는 웨이버공시되었으므로 다시 메이저리그팀에서 뛰려면 규정상으로는 포스팅시스템을 거쳐야한다.

확실한 것은, 주니치의 밀러 영입은 사실상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첫째, 밀러의 주장대로 구두계약만 했다면 법적으로 주니치의 입지만 좁아지게 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2002년초 한화가 투수 프란시스코 캄포스와 구두계약합의만 했다가 밀워키 브루어스에 뺏겼고, 같은 시기에 롯데는 계약서에 펠릭스 호세의 본인 사인을 받지않은채, 해고당한 에이전트 폴 페르난데스의 대필사인만을 믿었다가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계약한 호세를 놓친 바 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샌디 앨더슨 부회장도 일본에 양도하는 선수에 관해서는 암묵적으로 다른 구단이 지명하지 않는 것이 관례지만, 룰상으로는 보스턴이 웨이버공시된 선수를 지명할 권리가 있어 비난할 수 없다고 발언해 밀러의 레드삭스행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보스턴의 웨이버 지명을 인정하면, 밀러 획득의 우선권은 보스턴이 가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비둘기를 데려와보았자 역효과만 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힘들어져 일본에 오는 대부분의 외국인선수와는 달리, 밀러는 최근 2년간 430타석을 넘기면서 3할을 치는 상승세를 보였던 메이저리그 주전선수다.

최근 주니치의 외국인선수 영입 후보를 살펴보면 마크 맥과이어, 이반 로드리게즈 등 현실적으로 일본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희박한 빅리그 스타 플레이어가 여럿 있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에 대한 주니치의 구애는 이번에도 짝사랑이 될 듯하다.

한편, 주니치에선 대체 외국인선수 후보로 셔먼 오반도, 알렉스 오초아 2명의 외야수를 꼽고 있다. 오반도는 니혼햄 파이터즈에서 지난 4년간 통산 .293 91홈런 282타점을 올린 장거리타자이며, 오초아는 빅리그 8년간 통산 .279 46홈런 261타점을 올린 강견의 외야수다.

문현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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