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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꽤 탄탄해졌다 만만치 않은 우즈베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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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85년 11월 3일. 김정남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잠실에서 일본과 86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전을 치렀다. 최순호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 만의 본선 진출을 이뤘다. 도심에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친 결과였다. 2013년 우즈베키스탄이 85년의 한국 같은 열망에 가득 차 있다.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나란히 3승2무1패다. 한국(+6)이 골득실에서 우즈베키스탄(+2)에 앞설 뿐이다.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90년 소비에트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후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는 기회다. 한국에 승리하면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역대 전적은 한국이 10전7승2무1패로 절대 우위다. 그러나 방심할 수 없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초반 2연승을 거뒀지만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2-2로 비긴 후 스텝이 엉켰다. 이후 1승1무1패로 부진했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값진 무승부를 거둔 후 3연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에 격돌하는 우즈베키스탄은 지난해 9월보다 더 강해졌다. 유럽파 2명이 가세했다. 오딜 아흐메도프(26)는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안지 소속 미드필더다. 수비형·공격형·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하는 그는 과거 한국팀의 박지성 같은 역할을 한다. 지난 9월 한국전에는 부상으로 빠졌다. 또 로코모티프 모스크바의 수비수 비탈리 데니소프도 합류했다.

 제파로프(31·성남), 게인리히(29·FC악토베), 카파제(32·알 샤르자) 등 K리그 경험이 있는 ‘지한파 3인방’의 존재도 위협적이다. 제파로프는 2010년 FC 서울에서 1골·7도움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성남 일화에서 뛰고 있는 그는 시야가 넓고 패스가 좋아 공격의 시발점 구실을 한다. 아흐메도프·제파로프·카파제 등이 포진한 미드필드는 기성용(24·스완지시티),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이 빠진 한국보다 낫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우즈베키스탄은 6일 광저우에서 중국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러 바카예프(35·파플로다르)와 제파로프의 연속골로 2-1로 역전승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당초 7일 일찌감치 입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지 기상 여건으로 당초 예정보다 이틀이나 늦은 9일 가까스로 입국했다. 직항을 구하지 못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약 12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날 오후 8시부터 파주공설운동장에서 한국 언론의 출입을 차단하고 비공개 훈련했다. 장지현 SBS ESPN 해설위원은 “일정에 차질은 생겼지만 정신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축한 황금세대다. 기량과 정신력이 모두 상승세인 만큼 우리 선수들이 각별한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출장정지 징계가 풀린 박종우(24·부산)가 우즈베키스탄전에 출전할 수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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