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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매각 재추진 … 금융위 지분 17% 먼저 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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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재추진된다. 2009년 한화그룹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지 4년여 만이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지난 7일 대우조선해양 보유 지분을 팔기 위해 매각주관사 입찰 공고를 냈다”며 “다음 달 중순까지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 방식·일정을 협의한 뒤 이르면 하반기 중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9일 밝혔다.

 매각은 정부 보유 지분 중 일부를 먼저 파는 분리매각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공자위는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 보유 지분(31.3%)과는 별도인 금융위 지분(17.2%)을 우선 파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자위 관계자는 “그동안 일괄매각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경영권과 상관없는 금융위 지분을 팔아 덩치를 작게 만든 뒤 산업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매각 방식은 장내 매매보다는 장외 대량매매(블록세일)가 유력하다. 이 관계자는 “한 명의 투자자에게 다 팔지 여러 명에게 쪼개 팔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대우조선 매각을 처음 시도한 건 기업가치가 높았던 2008년이다. 당시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세계 3위 조선업체로 자리 잡은 대우조선을 잡기 위해 한화·포스코·GS·현대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한화가 6조원의 인수대금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이듬해 초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조선업이 침체로 돌아서고 대우조선의 주가가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대우조선 매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올해 2월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청산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갖고 있던 지분이 금융위로 넘어와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제는 정부가 주주이자 매각 주체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팔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침 정부 내에선 ‘박근혜정부 초기에 그간 지지부진했던 정부 보유 기업 지분 매각을 조속히 정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공적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국채 투자자에게 매년 3%가량의 이자를 줘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을 좀 낮추더라도 빨리 파는 게 낫다는 논리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에서 밝힌 ‘프라이스(값)보다 스피드(속도)’ 원칙이 대우조선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정부는 내년께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일 거라는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자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부터 실적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에 주가는 올해 하반기에 미리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전략적 투자자 형식으로 대우조선 지분을 인수할 후보자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분리매각 방식이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증권사의 조선담당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인 국내 기업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경영권도 없는 지분을 순수한 투자 목적으로 인수할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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