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스 다니엘손(60) 주한 스웨덴 대사는 “독일은 노동자들에게는 매우 좋은 체계지만 실업자나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엔 좋은 체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에는 (경제활동인구 중) 35%의 자영업자와 실업자가 있다. 이들을 포괄하는 복지시스템을 만들려면 스웨덴 모델을 참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국 복지 모델 홍보 나선 라르스 다니엘손 대사
그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복지모델에 관심을 갖는 데 고무돼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세금 체계가 달라 아직 스웨덴 모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스웨덴 복지시스템을 섣불리 도입할 때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선거에서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 당선되긴 쉽겠지만 사람들이 비용을 낼 준비가 돼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포퓰리즘을 꼬집기도 했다.
-스웨덴 복지모델은 세율이 높다는데.
“복지의 전제조건은 세금이다. 우리의 시스템은 공짜가 아니다. 보통 소득의 30~45%를 소득세로 낸다. 나도 내 소득의 42%를 낸다. 소비세도 물건 값의 25%여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아이들 옷이나 음식·책 등 꼭 필요한 물건엔 6%만 붙는다. 한국은 아직 세금을 많이 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시스템의 혜택 못지않게 비용을 함께 봐야 한다.”
-독일과 세금 체계를 비교하면.
“세율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스웨덴은 개인에게 세금을 부과한다. 나와 내 아내가 세금을 따로 낸다. 스웨덴의 남녀 고용률이 각각 80%에 달하는 건 이런 체계 덕분이다. 여성 고용률이 낮은 한국에서 참고할 부분이다. 반면에 독일은 가족 기반 세금 체계다. 이로 인해 여성이나 노인은 일하지 않는 경향이 생긴다. 또 스웨덴은 세금 체계가 단순하다. 부유세나 증여세·상속세가 없다. 이런 세금들은 걷기가 매우 어려워 폐지했다. 그 덕에 세금을 걷는 비율이 98.5%에 달할 만큼 높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선 70%쯤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한 건 세정 시스템이 더 효율적으로 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한국 의원들에게 스웨덴 모델을 강연하며 뭘 느꼈나.
“스웨덴 젊은이들이 계속 그렇게 높은 세율의 세금을 내려 하겠느냐는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이건 우리 복지시스템의 핵심적 부분이다. 바로 납세자들의 의지다. 세금을 걷는 과정이 공정하고 세금이 꼭 쓰여야 할 곳에 효율적으로 쓰여질 때만 젊은이들이 계속 세금을 낼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런 사회적 신뢰다.”
-스웨덴에서 실현된 다양한 정당 간 연정이 국민의 정치 신뢰를 높인 배경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스웨덴에서 선거는 시스템을 바꾸는 게 아니라 어느 당이 시스템을 더 잘 운영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스웨덴의 정치세력들은 정면 대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국민 가운데 85%는 현재 시스템을 좋아하고 15% 정도가 바꾸고 싶어한다. 결국 선거 승리 세력은 현재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