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수묵화의 거장 남천 송수남 화백 별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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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호 12면

‘현대 수묵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한국화가 남천(南天) 송수남 화백이 8일 오전 3시30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송 화백은 지난 2주간 급성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다 이날 상태가 악화돼 가족과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고인은 1938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뒤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했다가 4학년 때 동양화과로 옮겼다. 70년대 말 한국화의 위기상황에서 새로운 한국화를 정립하려는 ‘수묵화 운동’을 주도했다. 지나친 상업주의와 구태의연한 복고주의, 권위주의에 대항한 운동이었다. 그의 수묵화 화풍은 산수화에 현대적 조형성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 수묵화부터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아크릴과 수묵 작업을 병행하며 장르를 넘나들었다.

 송 화백은 주로 화려하고 현란한 색감의 꽃 그림을 즐겨 그렸다. 꽃의 구체적인 형태나 세부적인 묘사를 생략하는 대신 화려한 색을 입혀 대상의 개성을 드러냈다. 그는 생전 “꽃을 그리면서 함께 놀다 보니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75년부터 2004년까지 모교인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울미술대전 운영위원회 위원, 중앙미술대전 심사위원, 동아미술제 심사위원 등을 거쳤다. 3년 전부터 고향 전주로 돌아가 작품활동을 계속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평소 화사하고 밝은 꽃그림을 즐겨 그렸던 고인은 생전에 ‘내 장례식엔 모두 화사한 복장으로 꽃을 들고 와 생전의 좋은 추억을 떠올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말했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은 10일. 02-2227-7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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