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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 땐 동해를 품고 잠깰 땐 해를 품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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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연분홍 하늘빛과 경포해변의 검푸른 바닷빛에 잠긴 강원도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끝없는 동해 바다와 그림 같은 일출, 커피 거리에서 풍기는 진한 커피 향까지…. 강원도 강릉은 늘 방랑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도시였다. 그럼에도 여태 강릉이 당일 여행지로 치부됐던 건 다분히 부실한 숙박시설 탓이었다. 여행은 강릉으로 갔지만 잠은 속초나 양양에서 잔다는 이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7월 1일 경포해변에 고급 휴양 리조트를 표방한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가 문을 열었을 때 최명희 강릉시장이 “강릉의 체류형 관광 활성화에 물꼬를 텄다”면서 반색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 다녀왔다. 개장 1주년을 한 달쯤 앞둔 리조트는 여름 피서객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글=나원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상전벽해 … 쪽방촌이 고급 리조트로

리조트 내 레스토랑 ‘더 그릴’의 바닷가재를 곁들인 한우스테이크.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는 경포해변과 맞닿아 있었다. “예전에는 이 일대가 다 ‘쪽방촌’이었죠.”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최훈(47) 상무가 말했다. 경포해변을 비롯한 강원도 경포대 일대는 1982년 경포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개발 규제에 발이 묶였다. 번듯한 숙박시설은 들어설 엄두도 못 내고 헐값에 방을 내주는 무허가 건물만 빽빽이 들어찼다. 그러다 보니 동해안 최대 해변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경포해변은 찾는 이가 적었다. 특급호텔·리조트가 늘어선 부산 해운대에 견주면 연간 해수욕장 이용객 수가 4분의 1도 채 안 됐다.

강릉시는 꾸준히 강원도에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지금의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가 자리한 안현동 등 일부 구역이 도립공원에서 해제된 건 201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30여 년 만의 일이었다. 여전히 10층을 넘는 건물은 지을 수 없었지만 경포대의 낙후한 풍경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첫 단추를 꿴 게 바로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였다.

목욕물에 몸 담그고 밤바다 감상

펜트하우스 침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빛이 눈부시게 들이친다.

10층짜리 콘도 5동과 컨벤션센터, 야외 정원과 수영장 등으로 이루어진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는 전체 규모가 5만5734㎡에 이른다. 경포해변, 아니 강릉에 생긴 첫 번째 고급 리조트다. 남해힐튼리조트·백남준아트센터 등을 작업한 ‘창조건축’이 설계를 맡았다.

객실은 모두 206개다. 꼭대기 층을 차지하고 있는 10개의 펜트하우스(298㎡)를 비롯해 크기별로 트리오와 듀오(3~9층), 온돌과 스튜디오(1~2층)로 나뉜다.

9층 트리오 객실에 들어섰다. 널찍한 테라스 너머로 바다와 하늘이 한눈에 펼쳐졌다. 하와이 원주민 언어로 ‘빛나는 바다(La Kai, 라카이)’란 이름답게 모든 객실이 바다를 바라보도록 설계됐단다. 그만큼 객실 수는 줄었지만, 침실에서 눈부신 동해 일출을 보며 눈을 뜨는 호사는 누릴 수 있게 됐다. 해가 리조트를 등지고 오른쪽 바다에서 뜨기 때문에 완벽한 일출을 보려면 5·6동 콘도가 좋고, 바다와 경포호 경관을 모두 누리기엔 1·2동 콘도가 좋다.

모든 객실에 방 개수마다 욕실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트리오와 펜트하우스 객실에는 욕조 옆에 바다로 난 큼직한 창이 있었다. 욕조 바닥도 푹신하게 마감이 돼 있었다. 저물 녘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하염없이 밤바다를 바라봤다.

한여름엔 수영장 옆에서 바비큐

트리오 객실의 거실. 널찍한 테라스에서 동해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기에 좋다.

이튿날 아침 일찍 산책에 나섰다. 뒤뜰에 있는 야외수영장은 6월 1일 개장을 앞두고 아직 한가한 분위기였다. 7~8월 성수기가 되면 풀사이드바에서 바비큐도 하고, 풀에 온수를 채워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1층 객실은 테라스가 안뜰로 곧장 연결돼 있었다. 높이가 낮아 객실에서 바다가 잘 안 보이는 대신에 야외수영장을 드나들며 놀기엔 편해 보였다.

야외수영장에서 3분쯤 산책로를 걸어 쪽문을 통과하니 금세 경포 앞바다에 다다랐다. 백사장을 둘러싼 울창한 해송 숲이 데크로드와 함께 송정까지 4㎞에 걸쳐 뻗어 있었다. 여름마다 요트나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인파가 몰리는 경포의 노른자위였다.

리조트에서 남쪽으로 10분쯤 걸으니 고려시대 정자 경포대 옆으로 너른 호수가 잔잔하게 물결치고 있었다. 경포호였다. 평일인데도 자전거를 빌려 타는 나들이객이 많았다. 슬그머니 그 속에 끼어 호반의 정취에 젖어들었다. 강릉이 이처럼 한갓지게 쉬었다 갈 수 있는 도시란 걸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강릉의 진짜 매력을 비로소 발견한 기분이었다.

●이용정보=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www.lakaisandpine.co.kr)는 강릉 경포해변에 있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시청 기준으로 자동차로 3시간30분 걸린다. 회원제 리조트이지만 온돌(4인용)·스튜디오(2~3인용) 객실은 회원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비수기 기준 스튜디오 1박 주중 14만원, 주말 18만원.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는 강원도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고집한다. 커피는 강릉시내 ‘커피커퍼’ 커피농장의 원두를 쓴다. 레스토랑 ‘더 그릴’에서는 오승일 총주방장이 주문진 새벽시장에 가서 구해온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채소는 텃밭에서 직접 가꾼 걸 쓰고, 한우는 평창에서 가져온다. 멍게·해삼 내장 비빔밥(2만원), 한우 안심스테이크 코스(8만원). 세금·봉사료 포함. 모든 객실에서 취사가 가능하다. 1644-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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