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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냐 독립운동 탄압 340억원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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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국이 1950년대 케냐의 독립운동 때 감금과 가혹행위 등으로 탄압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키로 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외교부는 케냐 피해자들과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전적 보상에 합의했다. 고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수천 명의 케냐인들은 영국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일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앙일보 5월 7일자 6면

 영국 정부는 6일 피해자 5228명에게 1인당 2700파운드(약 463만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법률 비용 등을 포함한 총 배상액은 1990만 파운드(약 340억원)다. 2700파운드는 케냐 1인당 국민소득의 약 5배에 해당한다.

 영국 정부가 식민통치 기간의 독립운동과 관련해 배상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따라서 남아프리카공화국·키프로스·예멘·스와질랜드 등 다른 옛 영국 식민지의 독립운동 피해자들도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정부는 케냐에서 벌어진 고문과 학대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의회에서 읽었다.

 앞서 케냐의 피해자 3명은 2009년 영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권한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소송을 냈다. 영국 정부는 “1963년에 들어선 케냐의 (독립)정부가 통치를 계승했기 때문에 소송은 케냐 정부를 상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 사실이 분명하고 본국의 지시가 있었음이 입증된다”며 지난해 10월 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케냐에서는 1952년 영국인의 수탈에 맞선 저항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구심점이 된 조직의 이름을 따 ‘마우마우’ 봉기라 불린다. 60년까지 영국은 수만 명의 케냐인에게 손톱 밑과 고환 등에 고통을 가하는 고문을 자행했다. 생존 피해자는 8000∼1만 명으로 추정된다.

 한편 일본의 법원은 한국의 독립운동가 유족,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가 낸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일본 정부는 65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을 내세우며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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