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C "애플이 삼성 기술특허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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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애플이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아이폰4’와 ‘아이패드2’ 같은 애플 제품 수입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자인 베끼기’ 논란으로 시작돼 2년 이상 끌어온 양사의 특허전이 기술 표준특허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 모양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 한 건을 애플 제품이 침해했다”고 최종 결정했다. 삼성이 2011년 6월 “애플이 기술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제소한 것에 대해 부분적으로 삼성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해당 특허(미국 특허번호 348)는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무선통신에서의 부호화·복호화와 관련된 기술로, 삼성이 보유한 3세대(G) 통신 관련 표준특허다. ITC는 지난해 9월 “애플이 삼성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예비 판정했으나 삼성이 재심사를 요청하자 결국 예비 판정을 뒤집는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다. ITC는 특허 침해 판정을 내린 제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미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고, 대통령은 60일 내에 수입 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애플 제품은 중국·대만 등 해외 공장에서 조립돼 미국 시장에 수입된다.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져도 애플의 매출이나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 ITC는 아이폰3GS·아이폰4·아이패드·아이패드2가 해당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했다. 2011년 가을 이후 출시된 아이폰4S나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앞으로 특허전의 방향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애플은 삼성이 자사의 디자인이나 사용자환경(UI)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삼성은 통신 특허를 내세워 반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특허 관련 법적 다툼에서 표준특허가 다뤄지는 방식을 바꿔 보려고 노력했으나 이번 ITC 판정으로 이는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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