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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이슈] 사무실이 달콤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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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밸런타인데이(2월 14일)를 앞두고 많은 여성 직장인이 초콜릿과 선물을 고르기에 분주하다.

업체들이 만들어낸 국적 불명의 선물풍습이라 말도 많지만, 그래도 커플들에겐 설레는 날이 바로 밸런타인데이다.

특히 직장 내에서는 남녀 관계를 떠나 평소의 인간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날로 인식되면서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적잖게 신경을 쓰고 있다. 또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금요일이어서 연인 또는 배우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 위해 월차나 휴가를 내는 사람도 있다.

◇동료 직장인들에게 점수 따기=광고회사인 코래드에 다니는 김연정씨는 요즘 불고 있는 복권 열풍을 감안해 색다른'밸런타인 이벤트'를 생각 중이다. 초콜릿 선물 포장 안에 즉석복권 한장씩을 넣어주는 것이다.

金씨는 "지난해에도 복권 초콜릿 선물을 동료들에게 줬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며 "선물로 준비한 초콜릿은 아주 싼 제품이었지만 아직도 모두 기억할 정도로 효과 만점이었다"고 전했다.

소망화장품 홍보팀의 박연숙씨는 "최근 회사에서 남자 네티즌 2백30여명에게 가장 받고 싶은 밸런타인데이 선물이 무엇인지 설문 조사를 했더니 초콜릿에 이어 로또 복권이 둘째로 많았다"고 말했다.

PR회사 플레시먼힐러드 이지윤 부장은 "요즘 직장에서 밸런타인데이는 여자 직원이 남자 직원에게 '동료로서 아끼는 마음이 있다'는 뜻을 표현하는 날 정도로 가볍게 생각되고 있다"며 "고객사나 파트너 회사 관계자들에게 줄 서류.물건에 초콜릿을 넣어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신라호텔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이선명씨는"밸런타인데이는 꼭 챙기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직원들이 다니는 출입문 앞에 초콜릿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놓아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안 하는 선물을 고른다=삼성플라자 광고 판촉부에 근무하는 김영란(28)씨는 밸런타인데이에 직접 만든 책을 줄 계획이다.

金씨는"일기 형식으로 사연을 올려 놓으면 책을 만들어 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서 책을 만들어 선물할 생각"이라며 "책을 엮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일기를 써왔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모임인 '프리퍼런스 플러스'의 멤버인 이선영(29)씨는 10일 회원들과 함께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여는 쿠키 만들기 강좌에 참석한다.

미국계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李씨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초콜릿 선물보다 정성을 기울여 직접 만든 초콜릿 쿠키가 훨씬 인상에 남지 않겠느냐"며 "쿠키를 구워 당일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에 퀵서비스로 배달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보대행사 프레인 구연경(29)씨도 세상에서 하나뿐인 케이크 선물을 생각하고 있다.

구씨는 "최근 케이크 색깔과 모양을 손님이 주문한 대로 만들어주는 제과점들이 생겼다"며 "예약하면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케이크 위에 써준다"고 말했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연인 간의 사랑을 '공증'받으려는 트렌드도 신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생겨나고 있다.

서울 동대문 패션몰 밀리오레 홍보실의 강구민씨는 "최근 연인등록증이나 애정 서약서와 같이 연인들 사이에 서로 사랑을 보증토록 하는 인터넷 사이트 들이 인기"라고 전했다.

반대로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핑계로 웬만한 선물은 이제 모두 돈으로 구매하는 직장인도 크게 늘었다.

J무역회사에 다니는 李모(27)씨는 얼마 전 1천마리 종이학을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구입했다.

李씨는 "2만원 정도만 주면 종이학은 물론 학알.종이별.종이 거북이 1천마리 세트를 쉽게 살 수 있다"며"남자 친구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선물을 직접 만들어줄 여유가 없어 어쩔수 없었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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