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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고령화 … 특히 강남구에 50대 이상 비율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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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 학생 수는 저출산 기류로 20여 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교사는 늘었다. 교육투자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과거보다 좋은 여건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학교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교 교원은 지난 10년 새 14.7% 증가했다. 교원은 늘었지만 ‘새 피’가 기대만큼 수혈된 건 아니다. 오히려 교사 현황을 분석해 보면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초·중·고를 막론하고 50세 이상 교원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학교가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여초 현상도 뚜렷하다.

 서울 초등학교는 2002년 17.8%(4619명)던 50세 이상 교원이 지난해엔 23.5%(6990명)로 올랐다. 전국의 50세 이상 교원 비율(21%)보다 높다. 중·고교는 45세 이상 교원이 전체 교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정년을 채우는 교사가 많아 해를 거듭할수록 50대 이상 교사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별로는 여교사가 강세다. 서울 초등학교 여성 교원 비중은 2002년 79.5%에서 지난해 85.3%로 증가했다. 특히 학생을 가르치는 일반교사 중에선 91.6%가 여교사였다.

 중앙일보가 서울 강남·서초구 초등학교(올 3월 기준) 교사의 연령별·성별 현황을 처음으로 분석해 봤다. 강남구 학교에 고령 교사가 많았다. 20대 교사 비율은 강남구에선 논현초(36.7%)와 대청초(31.8%), 수서초(26.9%), 삼릉초(25.8%) 등이 높았다. 서초구에선 원촌초(33.9%), 양재초(27.3%), 우면초(25.6%) 순으로 높았다. 반대로 50대 이상 교사(교장·교감 포함) 비중이 높은 곳은 학동초(35.1%), 압구정초(34%), 대청초(31.8%), 대곡초(31.5%), 일원초(31.1%) 순이었다. 서초구에선 서초·방현초(26.5%), 원명초(24.2%) 등이 50대 이상 교사가 많았다. 모두 서울 지역은 물론 전국 평균 50대 이상 교원 비율보다 많다.

 공립학교 교원은 순환근무를 하는데 왜 이 같은 차이가 날까.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정규 발령이 나는 3월과 9월엔 경력 교사들이 전입·전출을 하지만 육아나 결혼으로 인해 휴직하는 교사 자리는 무조건 신규 임용 교사를 보낸다”며 “이런 변수 때문에 학교별로 20대 교사 비중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남교사 품귀현상은 강남도 예외가 아니었다. 강남구 개원초는 조사 시점 기준으로 남교사가 한 명도 없었다. 나머지 학교도 교장·교감까지를 포함해 남교사가 1~7명 수준이었다. 국립인 교대부속초(19명)와 사립인 계성초(21명)는 남교사가 많았다. 교대부속초는 경력 교사 중 지원을 받아 시험으로 선발한다. 사립은 교사 채용에 자율권이 있다.

 남학생을 둔 학부모는 불만이다.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남매를 둔 박진희(40·강남구)씨는 “남학생은 동작과 목소리가 큰데 여선생님들은 이런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 무조건 혼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은경(38·서초구)씨도 “남자 선생님이 귀해서 체육수업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남교사 품귀 현상은 남교사 본인에게도 고통을 준다.

 강남구 한 초등학교의 남자 교사는 “힘쓰는 일이나 아이들 생활지도까지 학교에서 힘든 업무는 모두 남교사 몫”이라며 “담임이라도 맡으면 살인적인 업무량에 지치게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선 저학년 담임을 주로 40대 이후 교사가 맡는다. 이에 대해 학부모의 호불호가 갈린다. 이자연(43·강남구)씨는 “연세 드신 선생님은 아이들 다루는 법을 잘 알아 문제가 생겨도 대처가 빠르다”고 말했다. 반면 김주연(45·강남구)씨는 “고령 선생님은 아무래도 새 교과과정 적응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공립학교 교사는 5년에 한 번씩 학교를 옮기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서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이 학부모나 동료 교사, 학생에게 인기가 있고 수업 능력이 탁월한 교사를 초빙할 수 있는데, 5년씩 두 차례 가능하다”며 "최대 15년 동안 한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최대 3년까지 전보 유예도 가능하다.

 실력 있는 교사를 학교에 붙잡아두자는 취지와 달리 강남지역 교사 편의 봐주기용으로 쓰인다는 지적도 있다.

 최인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장은 “강남은 해당 지역 거주 교사 비율이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강남에 사는 여교사들은 대개 남편 직장이 탄탄하고 아이들도 강남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한번 강남으로 진입하면 웬만해서는 강남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은 교원이라면 주소지가 강남이고 5년 이상 거주해도 강남 학교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강남지역 교원의 고령화에는 이 같은 원인도 있다는 얘기다.

김소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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