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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사태뒤의 세계|화해무드에「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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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과「체코」는 「크렘린」비밀협상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은것같다. 소련과「체코」가 합의할 해결방안이 어떤 형식의 것인지에 상관없이, 소련이「체코」를 「탱크」로 점령하여 친소파의 정권복귀를 위해 무력「쿠데타」를 시도했다는 기정사실이 갖는 세계사적인 의의는 중대하다. 말의 과장없이 소련의 「체코」침공은 동서관계, 세계 공산주의 운동뿐 아니라 전세계의 개별적인 국가의 내정에까지 깊은 충격을 주고있다.
그 결과 세계의 도처에서 「체코」사태가 아니었더라면 계속 유지되었을 「현상」이 수정되거나 반대로 수정될 운명에 있던 「현상」이 유지되는 전후사의 일대변혁이 예상된다.
넓은 의미에서의 동서관계만해도 극단론자들은 벌써 「제2의 냉전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약소국가의 내정에대한 소련의 대국주의적 무력간섭은 서방측의 동서화해 평화 공존론자들의 입장을 약화시키게 된다. 동서관계는 일시적이나마 냉각되고 그 구체적인 결과로서 서방국가 내의 대소 강경론자들의 입장이 우세를 되찾게 될것이다.
예컨대 공존「무드」속에서 계속되어 오던 서독주둔 미군감축의 중지같은것을 들수있다.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을 주장해 온 미상원의 비둘기파의 지도자인 「맨스필드」가 바로 주독 미군 감축의 중지가 불가피 할것이라고 말한것은 의미심장하다.
「체코」사태후의 미국의 대소정책과 관련하여 11월의 대통령선거는 특히 주목된다. 민주당의 「험프리」가 지금까지는 공화당의「닉슨」보다 우세한 것으로 평가받아왔는데 「프라하」의 화염에 충격을 받은 미국의 여론이 대소강경론에 동조하게 되는경우 사태는 강경론자인 「닉슨」에게 유리하게 역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체코」에대한 소련의 대국주의적인 무력행사에 미국이 실질적인 개입을 못하는 이유의 하나가 일반론적으로는 「얄타」체제서 확정된 미소의 세력권규정때문이고 현실적으로는 미국이 월남에 발묶여있기때문이라는 진보적인 지식인들의 해석이 유권자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하는 경우 「험프리」는 더욱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체코」사태로 직접 영향을 받는 또하나의 현안문제는 핵확산금지조약이다. 이 조약이 성립될때 비핵국중의 선진국들인 서독 일본「이탈리아」등은 미 영 불 소 중공에의한 사실상의 핵독점을 인정하는 조약에 반발했다.
그러다가 미소의 설득과 조약안의 부분적인 수정으로 이들 비핵국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체코」에서 핵무기를 배경으로한 대국의 횡포를 목격한 비핵국들의 태도는 굳어졌다. 일본은 23일의 각의에서 핵확금조약 조인을 재고하기로했고 「이탈리아」는 지난주로 예정했던 조인을 보류했다. 서독서는 「슈트라우스」재무상 「슈뢰더」국방상의 핵확금조약 반대론이 「브란트」외상의 찬성론을 누를 호기를 얻었다.
29일 개막될 「제네바」비핵국 회의를 앞두고 핵확금조약은 중대한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문제와함께 미소간 「미사일」동결교섭은 진전을 멈추고 주로 중공을 대상으로 한 ABM(대탄도탄방위체제) 개발계획을 총액 5백억「달러」를 들여 대소용으로 확대하자는 미국방성 강경론자들의 입장이 강화되고 있다. 이같은 핵확금조약의 답보내지 후퇴는 소련의 태도를 경화시키고, 이는 다시 월남협상에 대한 소련측의 협조의 보류까지 악순환을 거듭할 수있다.
핵확금조약과 월남전종결은 미소간의 협조의 교환조건이었던것이다.
일본같은 경우 「체코」의 충격은 70년으로 다가온 미일안보조약연장이 역시 불가피하다는 선으로 여론이 기울어질 전망이 클뿐아니라 평화애호세력으로 자처해온 좌익계정당·학생·사회단체의 실세가 예상된다.
그동안 침묵만 지키던 일본공산당이 24일 소련의 「체코」침공을 규탄하고 나섰는데 이는 바로 열세에 몰리는 「마르크스」주의정당의 입장의 표현이며 다른 공산당들의 움직임과 함께 공산주의운동의 심각한 분열을 반영하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소련에대한 강온양론의 대립으로 내각이 붕괴의 위기에있고 소련세력을 배경으로 삼고있는 「아랍」공화국의 대「이스라엘」공세는 더욱 후퇴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대소강경론으로 전환해도 이강경론을 정책으로 고정시켜 「제2의 냉전」시대를 장기화하지는 않으리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긴 하지만 단기적이라는 단서가 붙어도 미국의 대소강경론이 한국같은 주변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 할수는 없을것같다. <김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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