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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심장이식과 「시드니」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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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8일 심장이식수술을 성공리에 마친 「삿뽀로」 의대부속병원의 화전수낭박사는 지금 북해도경찰의 수사를 받고있다. 지금까지 죽음을 진단할 때 심장이 멎은 시기를 사망의 시기로 보아온 것이 통념이다. 그런데 「와다」박사는 심장을 이식하기 위하어 펄떡펄떡 살아있는 심장을 교통사고로 쓰러진 청년의 몸에서 떼어냈기 때문에 이것이 형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작년 12월3일 남아련방에서 최초로 심장을 이식한지 불과 8개월. 벌써 30명의 심장이식환자를 기록하고 있다.
생명의 「심벌」인 인간의 심장을 이식하게 되면서부터 의학계는 자신이 해결해야할 문제인 동시에 사회의 도덕, 윤리와 법에도 해결을 요구하는 커다란 두가지 문제를 낳았다.
그것은 장기를 제공하는 측의 생명을 다루는 문제와 확실한 보장없이 수술대에 눕게되는 이식을 받게되는 측의 생명문제이다.
지난 9일 「시드니」에서 열린 제22회 국제의학회의총회에서는 심장제공자의 사망시기결정에 동파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시드니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간장·뇌이식도>
이것은 학계자신이 해결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다.
또한 서른번째의 심장이식을 마친 일본에서는 장기매매금지와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제정을 서두르고 있는데 이것은 일반 윤리와 법이 용납할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는 움직임.
멀지않아 간장과 뇌이식까지도 가능하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같은 문제는 더욱 시급한 일이 아닐수 없다. 1백20명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채택한 「시드니선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시드니선언 내용>
①의사는 통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래의 기준에 준하여 인간의 죽음을 결정한다.
②금후 죽음의 시기를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다음의 연구가 필요하다.
▲회복불능의 손상을 받은 인체조직안에 산소를 함유한 피의 순환을 유지하는 장치의 개발 ▲심장이나 신장 등의 이식.
③죽음은 인체조직의 세포단계에서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다. 그 진행은 각조직의 산소결핍에 대한 내구력에 따라 다르다. 이점이 죽음의 문제를 복잡하게 한다.
④그러나 의료의 목적은 분리된 세포의 생존상태를 유지하는데 있지않다. 인간 그 자체의 생명을 구하는데 있다. 따라서 문제의 「포인트」는 각종세포나 기관의 사망보다도 소생의 수단을 다하여도 죽음을 피할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에 있다.
⑤죽음의 결정은 의학적 판단을 기초로 한다. 이때 필요한 모든 장치를 전부 사용할 것을 바란다. 그러나 현재 가장 유효한 유일의 진단장치는 뇌파계뿐이다.
⑥현대의학의 수준으로는 완전한 기술적 판단의 기준이 없으며 의사에게도 전적으로 의존할만한 기술이 없다. 장기이식수술시 제공자의 죽음의 확인은 수술과 관계없는 2명이상의 의사에 따른다.
이상에서 보면 종래의 죽음의 개념외에 뇌파측정을 더한 죽음의 판단기준을 요구하고 있으며 절대적인 판단기술이 없음을 인정하고 제공자의 생명경시를 막기 위하여 수술과 관계없는 의사 2명이상이 판정하도록 되어있다.
사실 뇌파측정은 어느정도 과학적이나 이것 또한 1백% 보증할 것은 못된다.
즉 뇌파는 뇌의 표면의 활동을 측정하는 것으로 뇌의 속까지는 알수 없다. 무려 4시간이나 뇌파가 없다가 소생된 예가 있다.
따라서 뇌속의 측정은 뇌간의 기능을 간접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죽음을 판단하는데 써온 통념인데 즉 심장은 뛰는가, 호흡은 멎었나보고 눈을 까고 동공반사를 보아온 것이다.
2명이상의 의사를 요구한 것은 절대적인 판단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선거라면 다수결에 의해서 당락이 정해지면 그만이나 이것은 객관적인 사실여부이기 때문에, 더욱이 생명이기 때문에 문제는 복잡하다.

<생생한 심장이식>
더욱 곤란한 것은 이식할 심장은 생생한 것이라야 한다. 각막은 사후 10시간이내에 채취하면 이식이 가능하므로 문제가 안되나 생명의 「심벌」인 심장이 뇌사망후라고 해서 산 것을 떼어낼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식하려는 입장에서는 단l분이 시급하다.
심장제공자의 심장이 뛰고있는 동안 환자의 몸을 열고 대기해야 한다. 생명을 구해야할 의사가 반대로 환자의 죽음을 기다리면서 신선한 심장을 입수할 준비를 한다는 것은 의사의 윤리적 모순을 느끼게 한다.
지금까지 시술된 30명중 생존자는 11명. 가장 오래 산 것이 7개월여이고 일곱가지 예에 있어서도 45일이내의 짧은 생명을 연장했다.
이처럼 심장이식에 있어서 소위 거부현상에 대한 확실한 보증도 없이 시술하는 것은 사람을 마치 동물처럼 실험하는 것이라고 일부 의사들은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다만 얼마의 생명을 연장하더라도 이러한 「파이어니어」적인 대담성이 없이 의학의 발전을 기대할수 없다고 반박한다. 다만 국제적인 경쟁심리나 공명심이 만에 일이나마 작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편 이웃 일본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장기이식법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사망의 판정 ②사망을 판정하는 의사의 수 ③장기매매금지 ④본인 및 유족의 의사존중 ⑤수술의사, 수술장소의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이 특별법은 내년도 국회상정을 위해 검토중이다.
▲민광식박사(연세대의대학장)=장기제공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의술의 목적은 생명을 구제하는데 있기때문에 살 가망이 없다는 확증이 선다면 심장이나 신장이 살아있다손 치더라도 의미가 없다. 도덕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행위라고까지 꺼려한다거나 그렇게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이다. 제공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죽게된 자기가 새 생명을 살리는 것이므로 오히려 고귀한 행위라고 높이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주걸박사(대한신경외과학회명예회장)=뇌파에 「알파」「베타」「시타」「감마」「스파이크」「슬로」파 등이 있다. 「알파」파와 「베타」파는 정상파고 그밖의 것은 비정상인때 나타난다. 혼수상태이든 이와 유사한 어떤 상태에서도 뇌기능이 멎지않는한 뇌파는 나타난다. 또 뇌는 3분간 혈액공급이 끊어지면 회복되기 어렵다. 따라서 5분이상 뇌파가 멎을때 죽음을 선언하는 것은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가진 것이라고 본다.

<각국 죽음의 정의>
▲불각의결정=뇌기능이 일정시간 정지했을 때 의사의 판단에 의하여 죽음을 정한다.
▲독외과학회=뇌가 완전파괴되어 생물학적 기능이 불가능할때.
▲국제의학평의회=뇌기능이 완전정지하여 복원되지 않을때.
▲「케이프타운」심장이식전문가국제회의=뇌기능의 완전정지하여 복원되지 않을 때.
▲미 「하버드」대사망정의위원회=뇌의 죽음, 또는 「복원불능한 상태」는 심장이 뛰고 있어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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