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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시원한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과연 유행의 나라! 요새는 또「바캉스·붐」으로 요란스럽다. 5만원, 10만원, 20만원 보따리를 싸가지고, 대천·속초·강릉·해운대를 찾는「일행」이 무수히 있다. 그러나 며칠 뒤에 그들은 태반이 극도의 혼잡과 무질서와 피곤과 비애만을 맛보고 돌아온다.
애당초 이곳의 생리를 잘못 안 탓이었다. 정말 현명하고, 확실하고 멋진「바캉스」는…가령, 맑고 시원한 서울의 수통물에 몸을 씻고 가만히 누워 눈을 감아보라. 한가닥 가느다란 산들바람에 실려, 둥실 몸이 뜬다.
그러자 한참 뒤에 안개에 싸인 원시림이 드문드문 보이는 어느 고원지대에 내려앉는다. 「앵커리지」. 기온은 0도6분. 진눈깨비가 내린다. 여객들이「스웨터」와 외투를 꺼내느라고 기내가 온통 어수선하다. 나는 반소매의 남방「샤쓰」바람으로 0도6분의 비를 맞으며 이슬맺힌 주위의 원시림을 호기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지없이 시원해한다.
그로부터 2시간 뒤 북극의 「그린란드」상공 1만미터에서 바깥기온을 「아나운스」해주는데 섭씨영하46도! 그때 기실내의 기온은 영상24도. 그 놀라운 보온장치에 희한해하면서 다시 한번 시원해한다. 기창으로 내려다보면 1만미터 아래에 육지가 보인다. 눈과 얼음의 세계가 새벽 두 시인데 그 눈부신 햇빛! 그러나 발밑의 눈의 세계는 빛나는 은판과 신비로운 장미빛과 그윽한 연보라 빛으로 갈라져 있다. 강과 산과 평지인 모양이다.
여기는 「오슬로」 교외. 「나토」의 총사령부에 이르는 해발 ○○○미터의 고원의 신장가도. 사방이 산이요, 계곡이요, 창세깃적부터의 삼림. 앞은 활짝 열려 바다로 가고. 그 높은 지대에 호수가 있다. 그 수정같이 맑고 찬물. 호숫가에는 군데군데 알록달록한「캠프」. 온통 우유빛깔, 반나체의 북구 여인들. 신화의 어린이들…이런 광경은 비단 호수에서만이 아니다. 한 고을과도 같은 저 시원한 「비겔란드」공원의 잔디밭을 보라. 모포보다도 더 폭신한 파란잔디 위에 세씩 다섯씩 한껏 몸을 늘리고 누운「크림」빛깔의 나상들! 그 옆으로 가지각색의 「투어리스트」들이 한가롭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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