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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 팔, 무쇠 다리 ‘마징가 Z’ … 폭발적 장타의 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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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춘천 라데나CC에서 열린 2013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 9번 홀에서 장하나가 칩샷을 핀에 붙인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 KLPGA]

“(장)하나는 머지않아 ‘마징가 Z’가 될 거예요. 허허허.”

 지난 4월 중순 제주도 스카이힐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 장하나(21·KT)의 아버지 장창호(62)씨는 “하나를 보면 ‘마징가 Z’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하나가 체력 훈련을 열심히 한 덕분에 무쇠 팔과 무쇠 다리를 만들었다. 동계 훈련을 통해 여러 가지 단점도 보완했다. 훈련 성과가 어느 정도 나오기 시작하면 정말 무시무시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고 있다. 장하나는 올해 처음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 준우승을 시작으로 5개 대회에서 모두 톱 10에 들었다. 한 차례 우승과 세 차례 준우승을 거뒀고, 가장 나빴던 성적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기록한 공동 7위였다. 지난해 말 2013년 시즌 대회로 치러진 2개 대회 성적까지 합하면 올 시즌 7개 대회에서 여섯 번이나 톱10에 들었다.

 각종 기록을 봐도 KLPGA 투어는 ‘장하나 세상’이다. 그는 올 시즌 7개 대회에서 2억9298만원을 벌어 상금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위 김효주(1억8392만원)와 1억1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드라이브 샷 1위(279.19야드)에 올라 있는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평균 타수(71.05타), 톱 10 피니시율(85.71%), 버디 수(69개) 등 주요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 2위(79.49%)에 오르는 등 정확도까지 더해져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골프전문채널 J골프에서 KLPGA 투어를 중계하는 박원 해설위원은 “지난해까지 장하나는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잘 치다가도 한 번씩 악성 훅으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스윙 안정성이 좋아졌다”면서 “자신감까지 붙었기 때문에 당분간 장하나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유의 장타에 정교함 가미
장하나는 타고난 장타자다. 키(1m64㎝)는 그리 큰 편이 아니지만 스케이트 선수였던 아버지 장씨와 농구 선수였던 어머니 김연숙(62)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힘이 남다르다. 파워풀한 스윙은 남자 못지않다. 그러나 장타에 비해 쇼트 게임 능력이 떨어져 지난해까지는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해 10월 정규 투어 데뷔 2년 만에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고도 그런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엔 쇼트 게임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장하나는 지난해엔 파세이브율(정규 타수 내에 파 온을 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파로 마무리하는 것)이 22위(82.57%)였지만 올해는 공동 4위(85.90%)까지 끌어올렸다. 벙커 세이브율(벙커에 빠진 뒤 파 이하의 스코어를 내는 것)도 지난해 30위(45%)에서 올해 4위(70%)로 좋아졌다.

 장하나의 쇼트 게임이 강해진 건 코치인 김창민(43) 프로 덕분이다. 2010년 프로 전향 후 드라이브 샷 입스(yips·불안감)에 시달리던 장하나는 지난해 옛 스승인 김 코치를 다시 찾아가면서 스윙도, 쇼트 게임도 좋아졌다. 지난겨울 베트남 전지훈련을 한 장하나는 현역 시절 쇼트 게임의 귀재로 불린 김 코치의 족집게 레슨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김 코치는 “장하나는 과거 디벗(Divot·파인 잔디)을 많이 내는 스윙을 했다. 그러나 지난겨울 동안 공만 깨끗하게 쳐내는 샷으로 바꾸었다. 덕분에 목표점에 더 가까이 공을 세울 수 있게 됐다”며 “복잡하고 어지러운 공식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면서 쇼트 게임이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 30점짜리 쇼트 게임을 했다면 올해는 70~80점 수준이 됐다. 전체적인 경기력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기복 심한 성격 억누르며 상승세
장하나는 지난해까지 ‘기술에 비해 심리가 약한 선수’라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 심리 상태의 오르내림이 워낙 심해 성적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부터 멘털 트레이닝을 받으며 심리적 약점도 보완했다. 2012년 전반기 5개 대회에서 연속 탈락하는 부진을 겪은 뒤 태릉선수촌에서 사격·양궁 선수를 지도하는 김병현(60) 박사를 만나 좋아지기 시작했다. 김 박사는 “당시 장하나는 프로 무대에 와서 기대만큼 성적이 나지 않는 선수들에게 나타나는 분석증후군(Analysis Syndrome)을 겪고 있었다. 기술적인 부분에 자꾸 집착하면서 스윙이 부자연스러워졌다. 이게 반복돼 나쁜 샷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며 “대신 장하나는 긍정적인 성격을 가졌다. 뭐든지 잘 받아들이는 게 장점이었고, 심리적인 불안을 낮춰주자 금세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양궁·사격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몰라보게 침착해졌고 집중력도 향상됐다. 장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주목을 받으면서 골프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멘털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골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게 됐다. 이후로 경기가 잘 풀렸다”고 했다.

자만심과 퍼팅 보완은 숙제
올 시즌 장하나는 심리와 스윙이 안정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장하나는 지난달 26일 끝난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하고도 역전패를 당한 게 올 시즌에만 세 차례. 누구라도 와르르 무너질 상황이었지만 툭툭 털어내고 네 번째 도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장하나는 “세 번의 준우승 끝에 우승하면서 많이 배웠다. 실수를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그런 경험이 쌓여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김 박사는 “장하나는 목표를 이룬 뒤 약간 해이해지는 단점이 있다. 과거 역전패를 보면 선두로 나선 뒤 스코어를 지키려고만 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 단점들이 좀 더 보완된다면 더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코치는 “스윙은 확실히 좋다. 그러나 아직 70위권에 머물러 있는 퍼팅은 보완해야 한다. 자신감이 넘치다 보니 공격적으로 퍼팅하면서 많은 실수가 나왔다. 퍼팅 집중력이 높아지면 더 무서운 경기 장악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하나도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세 번이나 역전패를 당한 끝에 우승해 더 값졌다.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자만해졌을 수도 있다. 올 시즌 3승 이상을 해 다승왕과 대상을 받고 싶다. 남은 경기가 더 많으니 우승의 기쁨은 잊고 샷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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