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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의 오린지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해양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혹성을「수구」라고 불러야 옮다고 주장한다. 이「지구」의 울퉁불퉁한 표면을 온통 고르게 만들면 땅덩어리는 간데없고 「물덩어리」가 된다는 이야기다. 그때의 수심은 무려 2천7백미터나 된다. 이쯤되면 땅덩어리는 발붙일때도 없이 열세하다. 지구는 무변할 「해구」 인것이다.
바닷물은 팔자좋게 피서용으로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소금 「마그네슘」 옥소등 물질의 중요한 상업적 원천도 된다. 그러나 바닷속에서 발견되는 금속은 그밖에도 많지만 상업적가치는 별로 없다. 함유량률이 형편없이 적기 때문이다. 가령 해수1입방킬로미터에는 4·2킬로그램의 금이 들어있다. 이것은 1백만 갤런속에 0·0004 「온스」가 들어있는 셈이다. 시가로 치면 7원쯤이나 될까. 보잘것없는 분량이다.
그러나 바다는 지구상에 사는 인류의 마지막 「신천지」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61년 「케네디」대통령은 해양조사에 지출되는 경비의 배증을 의회에 제출하며『해양의 지식은 호기심이상의것이다. 우리의 진실한 생존은 바로 여기에 매달려 있다』고 호소했었다.
언젠가 소련의 기술자들이 『시베리아의 오린지꽃』 계획을 제안했던 일도 있었다. 「베링」해를 가로질러 74킬로미터의 「댐」을 쌓는 바로 그것이다. 그속의 차가운 북극해수를 몰아내고 따뜻한 태평양물을 끌어들이면 북태평양의 얼음들은 녹아없어지고, 춘풍이 불게 될것이라는 낭만파의 꿈같은 계획이다. 그때엔 「시베리아」에도「오린지」꽃이 만발할 것 이라고 그들은 흥분했었다. 요즘도 그속에선 그런 계획에 열을 올리고있는 모양이다.
바다는 결국 인간과 떨어져있을수는 없다. 더구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어떠면 지정학적으로는 섬과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여태 바다에 대한 관심이 희박했던 것은 새삼 충격적인 이야기다.
24일 박기획이 발표한 대륙붕 계획속엔 석유개발등 바다에의 꿈이 부풀어있다. 「석유한방울」도 나지않는 나라에 「석유몇방울」의 기대는 실로 가슴을 부풀게 한다. 해저에 「오린지」꽃을 피우는 기적이 과연 일어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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