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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한해와 수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먼지가 푹푹 일어나는 메마른 땅을10여미터를 파서 뽑아 올린 지하수를가지고 논물을 대서 모를꽂아 보지않은사람은 남부지방의 한해가 얼마나 혹심한것인가 하는 것을 이해하기힘들것이다.
더군다나 집수정(집수정)이나 포강을파서 얻어진물을 해발 2백50미터나 3백미터의 산을 넘겨 논으로 흐르게하는데는 3단계, 4단계, 심지어는 9단계양수(정읍의경우)작전까지 벌이고있는 것이다. 대나무로만든홈통과 방수포(방수포)가 장장10여리를 연하는 급수작전이란 좀처럼 보기힘든장관이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던 한해파동이 하룻밤 사이에 수해로변할 줄이야 누가 예상했겠는가. 메마른 땅에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비,비…. 한해대책본부에 들어오는 각 시·군별 강우량보고에 흥이 겨워 얼마동안 숫자를 헤아리다보니 무주 장수 진안지구의 강우량이 불과 두어시간만에 1백70밀리를넘어 그중의 어느 군은 삽시간에 17가구가 물에 휩쓸러 수해를 입었다지않는가.
순간적인 희비의 교차-. 아무리 자연의 섭리라 하지만 하늘의 조화치고는 좀 지나친 장난인것이다.
양수기의 가동이 몇대이고 한해면적이 몇정보이고하는 한해대책본부는 삽시간에 수해대책본부로 간판을 갈아야만했다. 우리나라의 농촌은 한해·수해와 싸우며 오늘에이르렀다. 한해아니면 수해 그리고 어떤땐 이 두재해를 겹쳐 겪기도했다. 7순의노인이 새벽 2시까지 물삽을 들고 자기논두렁을지키는 것을 보든지 마을에서 논물때문에 피투성이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을때는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지고 그러다가도 느닷없이 하룻밤사이에 둑이무너져 농가와농토가 탁류에 휩쓸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연해진다. 이렇게 해마다 연중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한해와 수해로 고생을 겪어야만할이유는 어디에 있는것인가?
그것은 산에 나무를심어 홍수를 방지하고 둑을 쌓아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요긴한때 수문을 열도록 하는 일을 만반하게 해놓지못한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행정하는사람의 반성할 점이 있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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