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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공포 뇌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큘렉스」모기에 물린다고해서 반드시발병하는것은 아닙니다. 자신도 모르게 앓지않고 면역체를얻는 경우도 많거든요.』
국립보건연구원 미생물부장민창홍씨는 이를두고 불현성감염 (不顯性感染) 이라 설명했다. 7, 8월의 뇌염 유행기간동안 30%가량의 사람은 「큘렉스」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그러나 실지로 발병하는 사람 (현성감염자)은 그중1대1,999명꼴, 즉 2천명중 한사람만이 뇌염에 걸리며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면역되고만다. 오히려 모기에 많이 물리는 사람일수록 항체는 강하다는 역설이 성립되기도한다.
이런예로 과거12년동안 뇌염은 전북지방에 가장많은 이환율을 보여왔지만 그대신 그쪽사람들의 항체는 양성인 경우가 많았다. 작년한햇동안 5백63건의 가검혈청 (可檢血淸)을 「HI테스트」(혈구응징억제시험법) 로 시험해본결과 항체가 양성인사람은 전주지방사람이 2백40건중 33%꼴인 80건이었으며, 이에비해 부산은 58건중 17건인 29%, 서울지방은 2백65건중44건인 17%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이 전혀없고 뇌염 「백신」을 맞은 일이 없는 미국사람들의 경우 두드러지게나타났다. 작년l월 미국평화봉사단원 1백17명의혈청을뽑아 항체측정을 해본결과 단한사람을 빼놓고는 나머지가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다시말해서 뇌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성이 거의 없다는것을 보여주고있다.
그러나 뇌염발생으로생기는 공포는 바로 그 「1대1,999」 란 비율의불행이 안고있는 것. 서울대의대 기용숙교수는 『뇌염모기가 사람을 물면 「바이러스」는 모세혈관을따라 임파절에서 증식하고 급기야는 뇌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고있는 간뇌 연수등에 파고들어가 그곳에서 염증을 일으킨다』고 일러주면서 그때문에 「액운의희생자」가 치르는 증세는 너무 비극적이라고했다.
뇌염의 첫증세는 갑작스런 발열로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발열만이 유일의 증상인 경우가 20%이상이되므로 이것이 초진(初診)을 흐리게하는 경우가많다』고 의사들은 말했다. 어느 환자는 불현성감염으로부터 발병, 2, 3일만에 사망해버리는 「전격형」도 있긴하나 대체로는 「바이러스」가 잠복한지 8일내지 15일사이 발병한다.
대부분은 38도에서 40도의 고열이 나며 그중엔 하루이틀 두통이 나기도하고 구토 또는 감기같은 증상을 나타내기도한다. 그러나 오한은없다.
『문제는 어린이들입니다. 어린이들은 경련을 많이 일으키며 중증에들면 처음부터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헛소리를 하는 수도 있으나 소리를 지르거나 떠들진 않습니다.』어린이들에게 많은 병이기때문에 더욱 참혹하다는 서울대의대 소아과 홍창의교수의 임상담이다.
이때부터가 진짜 뇌조직에 병증세가 나타나기시작하는 무서운고비로 불안·혼수·무기력상태등의 의식장애와 마비, 경련을일으킨다는 것이다.
『처음 1주일만 넘기면 우선 죽음은 면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발병1개월이 지나도록 육체적·정신적증상이 남아있을때는 후유증이 생기는 것으로 봐야합니다.』 의사들은 이것이 더욱 두렵다고했다. 후유증은 자칫 잘못하면 평생동안 사지의마비, 언어장애, 정신박약, 성격 이상등 고통의 멍에를 남겨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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