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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법안의 전진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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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6일 국무회의는 전문 44조 및 부칙으로 된 새 농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장차 국회통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지만, 정부로서는 경자 유전, 농지소유 3정보 상한제 등을 기간으로 하는 현 농지 개혁 법을 이 법안으로 대신할 방침을 굳힌 것이다.
49년 설치개혁법이 시행된 이래 20년 동안에 정부가 파악한 것만으로도 3정보 이상의 농지 소유농가가 3만8천여 호나 발생하였는가 하면 무수한 부재지주와 소작농이 배출하여 농지 개혁법을 기초로 삼은 농지제도의 분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러난 모순을 합법화하는데 그친다면 새 농지 법안의 의의는 극히 소극적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농지제도의 새로운 개혁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일어나고 있었고, 5·16 직후 농림부 내에 설치된 농업구조 개선 심의회를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정부가 기업농 육성을 중심으로 한 3정보 농지소유 상한제의 폐지 내지 완화를 단행할 결심을 하게된 것은 5·16 이후 이른바 중농정책을 중심으로 한 각종 농업정책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기대한 바에 멀리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경자유전·농지소유 상한제 등이 영세영농을 온존케 했으며 농업의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인 농지의 취득·이양· 이용· 담보 등에 대한 제약이 너무 심하여 새로운 경영과 기술과의 결합을 저지하고 이에 소요되는 자본을 구축하며 따라서 그 생산력을 증대하는데 질고으로 화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법안은 농가소득 증가를 위한 44개 특수사업 계획, 호당 5백만 원의 저리융자로 시범 기업농의 육성, 국영목장의 민영화, 육우비육, 육계단지 조성, 농업기업 육성기금법의 구성 등과의 연관하에 우리 농업을 빈곤·정체·영세로부터 탈출케 하려는 절실한 노력의 한 표현이라 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시책의 나열과 법의 개폐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서 한편으로는 현존 농촌의 분해가 촉진되고 잉여 노동력의 조촐 등 여러 난 문제가 이에 수반할 것도 또한 예상하여야 할 것이다. 그 잉여노동력은 임대차의 허용에 의하여 영세 소작농으로 퇴적하거나 도시로 대거 유출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 법안에는 여러 가지 폐단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배려가 엿보이며 기업농의 육성이라 하더라도 일시에 전 농가를 대체하려는 의도인 것도, 또한 그것이 가능한 것도 아니므로 그 조성과정은 서서히 상당한 기간을 두고 집행돼야 할 것이다. 그 진행에 따라서 도시 고용기회의 증대와 농가부업의 장려, 안정농가계획의 병행 등으로 혼란 없는 전환과 발전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한국의 농업은 농업자체로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연히 비 농업부문이 농업인구를 흡수해 주기만을 고대할 수 없는 것이다. 동 법안엔 모순도 결함도 위험성도 없는 것은 아니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완 시정하면서 그 전진적인 자세가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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