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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경험자 고용 권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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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권혁주
경제부문 기자

얼마 전 정부가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돈이 흘러들어 벤처 창업이 잘 되도록 하자는 정책이다. 창업 벤처에 자금을 대는 에인절 투자자가 소득공제를 더 많이 받게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고자 재도전을 쉽게 하는 시스템도 만들기로 했다.

 벤처는 “왜 정책이 이제야 나왔느냐”며 반겼다. 하지만 이런 대책으로도 해소해주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도 청년 창업자가 몹시 고민하는 문제다. 바로 결혼이다.

 2011년 중앙일보는 결혼정보 업체에 의뢰해 두 남성의 ‘신랑감 점수’를 매겨본 적이 있다. 유수의 통신업체를 그만두고 벤처를 갓 창업한 A씨(당시 30세)와 대기업 사무직인 B씨(28)가 주인공이었다. 같은 대학을 나왔고, 얼굴을 보고 평가한 ‘인상 점수’도 같았다. 키는 A씨가 1m82㎝로 10㎝가량 더 커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결과는 벤처기업가인 A씨가 ‘루저’였다. 직업 때문이었다. 100점 만점으로 따졌을 때 대기업에 다니는 B씨의 점수가 10점 이상 높았다. 루저 판정을 받은 A씨는 실제 창업을 하면서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망하면 어떻게 하려고”가 이유였다. [중앙일보 2011년 9월 6일자 4면]

 현실이 이렇기에 결혼은 창업을 생각하는 청년에게 큰 걸림돌로 다가온다. 물론 “나라가 결혼 문제까지 어떻게 해결하란 말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법이 없지는 않다. 기업이 창업 경험자를 많이 뽑도록 세제 혜택 등을 줘 독려하는 것이다. 사실 창업 경험자를 적극 채용하는 것은 기업에 이익이 될 수 있다. 기획·인사·재무·마케팅을 다 경험했다는 장점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런 창업 경험자를 대기업·공기업이 반겨준다면 결혼 문제는 스르르 해결되지 않을까. 실패해도 번듯한 직장으로의 길이 열려 있는데야 결혼 시장에서 루저가 될 리 없다. 그러니 기업과 정부 모두 한번 생각해 봄이 어떨지. ‘청년 고용 할당제’를 하는 판에, 창업 경험자 고용을 독려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권혁주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