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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문헌의 발견정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1일 서울대학교는 「제1차 한·일의정서」초안등 귀중한 문서일부를 공개했다.이 구한말 외교문서는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비치되어었던 규장각도서의 정리도중 우연히·발견된것으로 한말 외교사연구에 둘도없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바와 같이 66년 8월에는 창경원 장서각에서 그 소장인 낙선재문고를 정리하는도중 조선왕조말기의 고전소설을 발견하여 국문학연구에 많은공헌을 했던 것인데, 이번 한말외교문서의 발견은 또다시 마치 전혀 뜻밖에 장중의 보물을 자기집 뜰안에서 발견해낸것같은 기쁨을 준다.
그런데 이번 한말외교문서의 발견이나 이조고전소설의 발견은 그것이 어떤 계획적인 정리작업에 의해 발견된것이 아니고 우연한 발견이라는 점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서울대도서관은 규장각 장서이외에도 많은 고문서를 보관하고 있으나 예산의 부족으로 이를 정리조차 못하고있는 실정이라하며 또 이들고문서의 보관상태도 매우 한심스런 상태에 있다고 한다.
습기차고 어두컴컴한 책장속에 방치되어 좀이먹고 부식되고있는 귀중한 문헌문서등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할때 우리는 새삼 깊은 반성이 없을 수 없다.
서울대 도서관뿐만 아니라 창경원내의 장서각, 국립숭앙도서관 또는 중앙청내에 있던 구총독부도서관등의 관리상태는 역시 한심한 실정에 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하물며 그 안에 소장된 귀중한 사료의 정리사업에 손을 못대고 있는것은 물을 필요조차 없다. 다만 최근에 이르러 서울대중앙도서관이 규장각장고를 정리하여 목록을 발간한 일이 있을정도이다. 그러나 실정은 이것마저 정부예산에 의한것이 아니고, 「하버드」대학 연경학회의 원조에 의한 것이었고 그 원조의 감소에 따라 산더미같은 5만2천여장의 고문서는 그 정리작업이 중도에서 정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는 한국학의 연구를 돕고, 한국문화의 깊이를 널리 해외에 선전하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 이와같은 새로운 고서문화재의 발굴을 위해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것으로 생각한다. 그 첫단계로서 우선 서울대도서관을 비롯한 창경원 장서각, 중앙청도서관 국립도서관등의 고도서 정리작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할것으로 생각한다. 우선적으로 정부관리하의 공공도서관에 있는 고문서를 정리함으로써 고서문화재를 발견, 영구보존코자 하는 기운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서는 개인소유의 고문서정리사업에도 많은지원을 해 주고 학문연구를 위한 필요한 원조를 해 주어야만할 것이다. 지난번 윤선도후손집에서 발견된 문서중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등은 귀중한 문화사자료가 될 것인즉 과거의 유명인의 문집이나 대대로 전승되는 문중도서속에서 귀중한 문화사를 발굴하는 노력 또한 게을리 하여서는 안될것이다.
한국학연구를 위해 우리나라 학자들이 일본이나 미국에 가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현실은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실정을 타파하기 위해서도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는 고문서의 발견과 이의 보관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대책이 요망된다. 이것은 비단 문화재보존과 한국문화육성에 무치는 것이 아니고 국위를 해외에 떨치고 외국의 연구가를 국내에 조치케 함으로써 외화획득에도 도움이 되는 것임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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