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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후배와 동성애 여고생 처벌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미성년자 성폭행이냐, 동성 간 사랑이냐’. 미국 플로리다주 리버하이 고등학교 농구부 치어리더 주장으로 활약하며 간호사 꿈을 키웠던 케이틀린 헌트. 고교 졸업을 몇 달 앞뒀던 헌트는 지난 2월 학교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에 연행됐다. 같은 학교 농구부 14세 여자 후배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에서였다. 두 사람은 여자 후배가 고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사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눈치챈 농구부 코치는 후배의 부모에게 귀띔했다. 보수 기독교 신자였던 후배의 부모는 평범했던 딸이 헌트 때문에 레즈비언이 됐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관계를 알고 나서도 잠자코 있던 후배의 부모는 지난해 8월 헌트가 법적으로 성인인 만 18세가 되자 경찰에 신고했다.

 플로리다주에선 만 18세 이상 성인이 16세 이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면 본인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성범죄로 처벌하는 소위 ‘로미오와 줄리엣(줄리엣의 나이가 만 13세였던 데서 유래)법’이 적용된다. 경찰은 두 사람이 서로 좋아했던 정상을 참작해 헌트에게 아동 학대 혐의만 인정하면 가택연금 2년과 보호관찰 1년으로 끝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헌트는 “후배와 사랑한 게 무슨 죄냐”며 24일(현지시간) 경찰이 제시한 유죄 협상 시한을 넘겼다. 정식 재판을 받기 위해서다. 재판에서 지면 헌트는 최고 징역 15년 형에 평생 성범죄자란 낙인까지 찍히게 된다. 그러자 인터넷에선 헌트를 석방하라는 청원에 25만 명이 서명하고 그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까지 벌어졌다.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까지 나서 “담당 검사가 기소를 취소하지 않으면 사퇴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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