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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시장의 침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통운주 등 정부주식 공매 결과가 그 윤곽을 나타내면서 증권시장은 마침내 침체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실정으로 보아 증권 시세가 경기 동향을 표시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겠으나 주식 대중화를 시급한 당면 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 시책의 정책 목표라는 각도에서 본다면 증시의 불경기는 정책적 모순의 징표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사실이라 하겠다.
정부가 진정 주식 대중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그 여건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엉뚱한 목적을 위한 명목만의 민영화 정책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곁으로는 주식 대중화를 위해 정부소유 주식을 공매한다면서 실질적으로는 몇몇 특정인에게 정책적으로 국책 기업을 헐값으로 인도하는 것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공매를 집행 시켰기 때문에 증권에 대한 신뢰성은 땅에 떨어져 버린 것이라 볼 수 있다.
62년5월의 이른바 「5월 증권 파동」은 우리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바 있거니와 이때이래 신용이 추락된 증시는 그 후에도 계속 전시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는데 보다도 몇몇 특정인의 이득을 위한 하나의 합리화 기관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짙었다는 불신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증시는 지각 있는 선의의 투자층에서는 오히려 경원시를 당해왔던 것이며 때문에 증권에 대한 대중적 매력을 끌 수 없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증시의 기능을 회복시키려면 무엇보다도 증시 육성에 대한 정부의 성실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앞서야 할 것으로 안다. 솔직이 말하여 기업을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한 주식 매입자가 정부주를 그 이상 매입할 의사를 가질리 없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이미 특정인에 넘어간 빈 껍질과 같은 주식을 다른 사람이 주식 공매 과정에서 취득하려고 생각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금 상장되고 있는 주식의 대부분은 정부관리기업제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시세가 액면의 3분의1내지 4할선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를 정부는 엄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국영기업은 결국 문을 닫게되고 만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굳이 인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오늘날 국영기업이나 정부관리기업체의 경영 상태는 한심한 것이다. 이들의 경영 부실과 낭비 때문에 그들은 주기적으로, 요금이나 문가를 인상하지 않고서는 기업을 지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거의 해마다 요금과 가격을 대폭 인상해도 자체 투자 기금을 조성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민간기업보다도 배당율이 떨어지고 있는 한심한 상태를 지속시키고 있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매력은 생기려야 생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공매상의 부문이나 국책기업의 부실 문제가 완전히 시정된다 해도, 고금리 정책과 일반적인 정세 불안이 지속되는 한 주식을 대중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는 최근 금융기관을 통한 간접금융방식이 한계점에 이르러 그 보충책으로 주식을 통한 직접 금융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이름 저해하는 여건의 정리 작업을 도외시하는 한 주식 대중화의 길은 여전히 열리지 않을 것임을 직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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