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는 간접살인' 따돌림 시달리던 소녀 자살

미주중앙

입력

퀸즈의 12세 소녀가 왕따(집단따돌림·Bullying)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퀸즈빌리지에 사는 가브리엘 몰리나(12)가 22일 오후 2시15분쯤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달아 사망한 채 언니에 의해 발견됐다. 레이몬드 켈리 뉴욕시경 국장은 "왕따에 의해 자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유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몰리나가 온·오프라인 상에서 왕따를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데일리뉴스에 따르면 몰리나는 수 개월째 왕따 문제로 고민해 왔다. 특히 최근 학교 친구와 주먹다짐을 했는데, 또 다른 학생이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유튜브에 올렸고 이를 비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몰리나의 부모는 "친구들이 (딸을) '매춘부' 등으로 불렀다는 것을 일기장을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한인사회에서도 왕따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최근 들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사이버 왕따(Cyber Bullying)'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베이사이드에 사는 김모(12)양은 친구들이 페이스북에서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졌다' '김모와 함께 놀면 왕따 당한다'는 등 놀림을 당해 최근 뉴욕가정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했다.

김양의 상담을 담당했던 미셸 추 청소년 상담가는 "김양은 '너무 수치스러워 죽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이모(15)양도 사이버상에서 왕따를 당했다. 이양은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말다툼을 하게 됐는데 상대방 학교의 남학생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너를 성폭행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

청소년 상담기관 유스앤패밀리포커스 대표 이상숙 전도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문자메시지를 통한 따돌림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자녀들의 왕따 경험을 부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 일이라는 점.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 공동회장은 "자녀들이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만약 자녀가 왕따 피해를 당하고 있다면 학교 당국에 반드시 알려 함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이종행·서승재 기자
kyjh69@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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