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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이중가격제 시효 끝장?|국제통화에 새 암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중금가제 채택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유지해 온 국제금융시장이 또다시 심상찮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통화의 새로운 위기설이 감도는 가운데 21일의 「런던」시장 금시세는 하룻동안에 두 번이나 뛰어 「온스」당 42「달러」60「센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 엿새동안에 21「달러」85「센트」가 뛰어오른 것이다.
「파운드」화 시세 또한 하락을 거듭, 한때 2「달러」35「센트」4까지 떨어져 평가절하 후 가장 낮은 시세를 기록하는 한편 반「드골」 파동으로 「프랑」화가 약화되어 금 파동을 자극시키고 있다.
이 새로운 통화위기는 지난번에 금「풀」 제국의 협력으로 채택된 이중금가제가 벌어준 「시간적 여유」의 시효가 끝났음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일으키고 있다.
이중금가제 채택 이후 「달러」화는 한때 월남 평화「무드」의 진전, 조세법안 통과천연 등에 힘입어 어느정도 강세를 유지해 왔다.

<개선 안된 영국경제>
그러나 「파운드」화가 평가 절하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영국이 무역수지(4월 중 적자 1억4천1백만 파운드)는 기대했던 만큼 개선되지 못했고 외환보유도 크게 늘지 못한데다 채금정책 등 적절한 사후대책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파운드」화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고 그 영향이 「달러」로 번져가고 있는 셈이다.
뿐만아니라 「달러」 자체도 예상과는 달리 안정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국의 68연도 국제수지가 계속 크게 악화되리라는 전망이 새로운 국제통화위기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어려운 미 적자 삭감>
연초에 미국은 30억불의 적자 삭감조치를 발표했으나 1·4분기의 실적은 6억불(연율 24억불)에 그쳐 지난해 4·4분기와 별반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계속 흑자를 나타내던 무역수지마저 지난 3월에는 적자를 나타내는 불운을 겪었다.
더우기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요인이 경상거래 아닌 자본계정 상의 적자라는 점이 단기적인 적자삭감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현 싯점에서 이 새로운 통화위기의 극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미국이 수지적자를 감수하면서 해외투자를 계속하는 한편 그 수혜국들은 재정증권 등 미국이 발행한 이자증권을 그들의 지불준비로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 ②수입통제 등에 의한 직접적인 적자요인 불식 ③불화 평가절하, 금가인상 ④월남전비를 포함한 정부지출의 대폭 삭감 등을 들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재정증권을 보유토록 하는 첫째 방안은 현 싯점에서는 매우 적절하나 투자 대상국의 전적인 협조가 선행되어야 하며 미국의 적자가 확대될 경우 대량의 「달러」 증권발행이 필요해짐으로써 「달러」 가치를 더욱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깎기 힘든 월남전비>
또한 수입통제 등의 직접적인 조치는 세계무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불화 평가절하 역시 여타 통화의 절하를 연쇄적으로 유발시켜 국제경제 질서의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클 것으로 보인다.
가장 바람직한 조치는 월남전비를 포함한 정부지출의 삭감이나 이것도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빈곤 추방운동을 위한 정부지출 등은 격화되고 있는 인종분규 등으로 미루어 삭감이 어렵고 월남전비 삭감은 화평교섭의 경과로 보아 단시일 안에 실현되기가 어려운 형편.

<금 유통정지도 검토>
이렇듯 궁지에 몰린 미국 행정부는 최악의 경우 금을 아예 국제통화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아 금값 인상 조작>
이러한 금 유통정지(Demonetization)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째는 세계 통화개혁, 즉 세계 각국이 금을 포함한 모든 지불준비를 IMF에 「풀」 시키고 그대신 「금환증서」를 발행하는 방법인데 이는 금값을 올린 뒤에야 실현될 수 있는 것.
한편에서는 금 유통정지가 금 수요 격증시의 거래정지로 이해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재무성은 이미 「달러」와 금의 관계를 없애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방법론들은 실천면에서 많은 문젯점을 지니고 있는데 통틀어 「파운드」화가 다시 위기에 빠지며 이를 계기로 「달러」 불안이 재연되고 금값이 폭등하는 사태가 나타난 이후에 심각히 논란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최근 남아공화국이 금값 인상을 위해 금 매각을 의식적으로 조작하고 있는 것이나 서서가 2천5백만불의 금을 미국에서 사들이는 등 이중금가 제도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통화위기의 가능성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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