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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딸·아들 재산 700억대 … 할머니 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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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20대 자녀들이 CJ 계열사 주식지분과 부동산 등을 합쳐 7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두 자녀는 2009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시가 250억원대의 빌딩을 공동 매입했다. 소득이 없는 학생 신분의 두 자녀가 무슨 돈으로 주식과 부동산을 샀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00억 받아 그 돈으로 샀는지는 불분명

 검찰은 일단 이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여사가 구입한 500억원대의 무기명 채권이 이 회장의 자녀들에게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편법 증여나 탈세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두 자녀가 할머니한테 상속받은 시점이 언제인지, 상속 받은 돈으로 재산을 불린 것인지 아니면 이 회장의 또 다른 비자금이 포함된 것인지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 이 회장의 두 자녀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은 ‘CJ 가로수길 빌딩’이다. 대지 면적 616㎡(187평)에 지하 2층, 지상 6층 빌딩(연면적 2459㎡)으로 시가 250억원대에 이른다. 이 회장의 아들(23)과 딸(28)이 2009년 9월 이 건물을 각각 70%, 30%의 지분으로 매입했다. 매입액은 170억원대였다. 당시 이 회장의 아들은 19세, 딸은 24세였다. 아들은 그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 빌딩을 현금으로 매입한 뒤 2010년 3월 우리은행에서 같은 건물을 담보로 200억원을 대출받았다. 우리은행은 CJ의 주거래 은행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두 자녀가 마땅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시가에 맞먹는 대출을 해준 것은 특혜”라고 말했다.

학생 때 가로수길 170억원대 빌딩 매입

 CJ 계열사가 두 자녀를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도 있다. 가로수길 빌딩을 리모델링하던 2012년 1월 CJ건설이 15억원을 주고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공사 중이라 수익이 나지 않는 오너 자녀 소유 건물을 건설 계열사가 임대한 것. 대주주 일가에 대한 ‘편법 수익 제공’이라는 논란이 일자 이 빌딩은 2012년 12월 다시 S그룹 부동산 개발회사에 임대됐다. CJ 측은 당초 이 건물에 계열사 커피·음식 브랜드를 입주시키거나 외국인 전용 비즈니스 호텔로 꾸미려 했으나 근처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가로수길 일대에서 부동산 컨설팅을 하고 있는 A씨는 “당시 학부모들의 반대가 극심해 관할 구청이 인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S그룹과 조용히 임대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딸은 2010년 서울 장충동의 38억원짜리 고급 빌라도 사들였다. 원 소유주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다. 홍 대표는 2001~2008년 CJ와 1422억원에 이르는 미술품 거래를 한 것으로 올 2월 국세청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회장의 두 자녀는 부동산을 사들이기 4년 전부터 CJ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 회장의 아들은 성년이 된 2005년, 딸은 2006년부터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CJ 계열사들이 전자공시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들은 현재 CJ㈜ 3만7485주(지분율 0.13%), CJ제일제당 2만2015주(0.15%), CJ E&M 10만 5107주(0.28%)를 갖고 있다. 딸은 CJ E&M 26만4984주(0.7%)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3개 회사는 모두 상장사다. 23일 종가로 따진 상장사 지분 가치는 딸이 148억원, 아들이 100억원 등 총 248억원이다.

2005년부터 계열사 주식 보유 시작

 이들은 비상장 계열사 지분도 있다. 방송 송출회사인 CJ파워캐스트 주식 36만 주(36%), 골프장과 콘도미니엄 업체인 씨앤아이레저산업 220만 주(58%)를 갖고 있다. 비상장 주식 가치를 순자산 기준으로 계산하면 모두 19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종합해보면 두 자녀의 보유 재산은 가로수길 빌딩 250억원, 장충동 빌라 38억원, 상장사 주식 248억원, 비상장사 주식 190억원 등 총 726억원으로 집계된다. 여기에다 두 자녀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을 통해 CJ창업투자를 지배하고 있기도 하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CJ창업투자 지분 90%를 소유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 회장의 비자금 일부가 그룹 지배력 강화에 쓰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조사 중이다. 이 회장은 2007년 12월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 공개매수에 참여하며 6646억원(816만5399주)어치 주식을 현금으로 사들였다. 지분율을 19.73%에서 50.36%로 끌어올리며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지배권을 확립한 이 회장은 현재 CJ제일제당을 비롯한 8개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오너가 이사직을 겸임하는 것은 책임경영을 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룹 장악력이 커져 계열사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 3월 22일 CJ와 CJ제일제당의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계열사의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어 이사로서의 충실한 업무 수행이 어렵다”며 반대를 표했다.

이 회장, 8개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 겸임

 이 회장이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동원한 자금의 출처는 확실치 않다. 이 때문에 검찰과 국세청 등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과의 분리 과정에서 상속재산으로 받은 삼성생명 주식을 현금화한 뒤 이를 종잣돈으로 자사주 매매나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최소 5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1980년대 말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제일제당과 별도로 삼성생명 주식 9만여 주를 상속받았다. 90년대 중반부터 이 주식을 순차적으로 현금화해 90여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 관리인의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이 회장은 1700억원의 상속세를 냈다. 상속세율이 50%인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은 최소 3400억원을 차명재산으로 관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CJ 측은 “차명재산은 상속재산이며 상속세까지 완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이 상속재산을 종잣돈 삼아 국내 차명계좌와 홍콩 등지의 해외법인을 통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비자금을 계속 증식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된 CJ자사주 매매를 통해 7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는 데도 버진아일랜드에 적을 둔 페이퍼컴퍼니가 동원됐다.

장정훈·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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