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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검사로 22년만에 무죄 방면

중앙일보

입력

맥밀란이 화요일 테네시주 멤피스의 연방 법원 밖에서 그의 변호사와 통화하고 있다.
억울하게 감옥에서 반평생을 보내고 풀려난 한 남자가 화요일(이하 현지시간) 그에게 일어난 일들에 분노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내려졌던 유죄판결은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실수'라고 말했다.

올해 44세의 클락 제롬 맥밀란은 멤피스 교도소를 출감한 지 2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CNN의 울프 블릿져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맥밀란은 지난 5월 2일 DNA검사 결과 무죄가 입증되어 강간에 대한 유죄판결이 무효라는 결정이 나기까지 22년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잘못된 판결과 부당한 수감에 대한 질문에서 그는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며 "그저 기쁨이 넘칠 뿐"이라고 말했다.

맥밀런은 DNA검사 기술을 이용해 그의 무죄를 입증한 '결백 증명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의 공동 설립자인 피터 뉴필드와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 결백 증명 프로젝트는 판결에 의혹이 있는 수백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DNA검사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단체다. 이들이 관여하는 대부분의 판결은 DNA검사 기술이 폭넓게 적용되기 전의 것들이다.

뉴필드는 맥밀런이 당한 고통이 경찰이 사용하는 불성실한 증거확인 과정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식의 불성실한 방법이 멤피스는 물론 테네시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좀 더 정직히 평가하면 현재 모든 미국 경찰의 관행이라고 비난했다.

인터뷰 중 맥밀란은 조용했으며 어떤 감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고 질문에 대해 한 문장 이상의 긴 답변은 하지 않았다.

맥밀란은 그가 겪은 고통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상처로 남았다고 말했다.

누구를 원망하느냐는 질문에 맥밀란은 "인간의 실수일 뿐"이라고 답했다.

결백증명 프로젝트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맥밀란은 1979년 10월 30일 16살의 소녀를 흉기를 이용해 강도,강간한 혐의로 체포됐다. 맥밀란은 흑인이며 피해자는 백인이었다.

한 남자가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피해자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칼로 위협해 자동차에서 내리게 했다. 두 사람은 근처 숲으로 끌려갔으며 옷이 벗겨진 채 땅에 눕도록 강요당했다. 두사람 모두 돈을 빼았겼고 소녀는 강간을 당했다. 정자가 묻은 소녀의 청바지는 증거로 채택됐다.

119년 징역형

피해자와 그녀의 남자친구는 용의자에 대해 비슷한 인상착의를 말했다. 하지만 절름발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결백증명 프로젝트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나기 2년전 총에 맞아 부목을 사용하고 있던 맥밀란은 절뚝거리며 걷는 상태였다. 재판에서 절뚝거리며 걷는다는 사실이 용의자 인상진술에 추가됐다.

피해자와 남자친구는 사진 대조에서도 맥밀란을 범인으로 지목하지 못했다. 피해 소녀는 범인을 확인하는 실물 확인과정에서 맥밀란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그녀의 남자친구는 다른 사람을 지목했다. 그러나 이후 두사람은 법원에서 실시된 범인 지목에서 맥밀란을 지목했다.

맥밀란의 여동생과 여자친구는 그가 범행이 벌어진 시간에 자신들과 함께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하지만 그는 유죄판결을 받았고 1980년 5월 119년형에 처해졌다. 그의 모든 재심청구는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맥밀란은 1996년 결백증명 프로젝트와 접촉했으며 이 단체는 수년간 자료를 모으고 증거를 수집했다. 마침내 피해 소녀의 청바지에 묻은 정액을 검사한 결과 지난 4월 맥밀란은 강간 혐의를 벗었다.

결백증명 프로젝트의 DNA검사로 석방된 108명 가운데 맥밀란은 가장 오래 복역한 사람이다.

뉴필드는 증거가 소멸되는 관계로 맥밀란과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백증명 프로젝트가 재판부의 오판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입법운동을 하고 있으며 증거보전을 보장하는 입법운동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밀란은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필드에 따르면 테네시주는 현재 이와 관련해 보상을 규정하는 법률조차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인터뷰 질문에 맥밀란은 이렇게 답했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하루하루를 받아들이면서."

MEMPHIS, Tennessee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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