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9·11 사진 판매계획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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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11일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부시 대통령을 담은 이 사진은 공화당이 기금마련을 위해 사용하는 사진 3장 중 하나다.
공화당 선거운동 위원회가 기금 마련을 위해 9·11 테러공격 직후 촬영한 부시 대통령의 사진을 판매려는 계획을 백악관이 지지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를 '기괴한 발상'이라고 몰아붙였다.

이 백악관 사진은 9월 11일 오후에 미 공군 1호기에 탑승한 부시대통령이 딕 체니 부통령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 공화당 상원위원회와 하원위원회는 이 사진을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사진, 취임식 사진과 함께 다음달 부시 대통령 부부가 참석하는 기금모금 행사에서 150달러 이상을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테리 맥올리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전쟁을 이용하는 것이 공화당측 전략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아무리 괴팍한 공화당 지도부라도 9·11의 비극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일은 두려워할 줄 알길 바란다"고 전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공화당 선거운동 위원회가 기금모금 목적으로 대통령의 사진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것을 백악관이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며 어떤 반대도 제기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이 사용하려는 구체적인 사진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플라이셔는 이 사진들에 나타난 모습은 "이 나라 모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대통령 직무의 일부"라고 주장하면서 공화당의 움직임을 옹호했다. 그는 "이 사진들을 기부자들에게 제공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공화당원들의 소관이다. 그들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체니 부통령은 대통령 사진 판매 제안과 함께 나온 서한을 통해 "부시와 공화당은 조세를 감면하고 교육을 개혁했으며 국내외적인 테러주의에 직면해 맞서 싸울 것을 이끌었다"며 "정부에 온정적 보수주의를 도입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해 왔다"고 밝혔다.

공화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테러 공격을 이용하고 있다는 민주당의 비난에 대한 질문을 받은 플레이셔는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대통령이 매우 인기있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같은 행동은 대통령의 인기를 빌리려고 어떤 확실한 근거도 없이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바로 워싱턴의 모습이지만 대통령은 그런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와 막상막하로 겨뤘던 앨 고어 전 부통령 역시 이 사진의 이용을 비난했다.

앨 고어는 "대부분의 사진은 천마디 말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우리 나라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순간 중 하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진은 단지 딱 한 단어, '수치스럽다'는 말 밖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나는 9월 11일 목숨을 잃은 이들의 가족이 이를 묵인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을 뿐더러 미국 대통령 역시 이를 묵인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탐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더욱 절제된 표현을 썼다.

그는 "우리는 분명히 이 문제에 정부가 어떤 역할로든 관여하거나,
납세자들이 제공한 어떤 사진이나 시설들도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소식이 알려진다면 우리도 무언가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렌트 롯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서한과 사진을 보기 전에는 논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민주당 전국위원회처럼 독립적인 기구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민주당원들이 타인에게 손가락질을 할 입장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공화당 선거운동위원회의 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던 백악관 내부 인물이 누군지와 칼 로브 대통령 수석 정치 보좌관이 이에 서명을 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플라이셔는 대통령이 이 사진들이 쓰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비난 역시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플라이셔는 "대통령이 미국 국민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 3장을 공화당 위원회가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반응이었다"며 "당 지도부에서 이같은 결정을 했으며 백악관은 이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이 3장의 사진들이 언론에 의해 상업 사진 판매사인 코비스닷컴(Corbis.com)에 제공됐으며 공화당 위원회가 이 회사로부터 사진들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WASHINGTON (CNN) / 김내은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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