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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이용⑧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청을 보다 여러모로 효용 하는 방도가 없을 까.
여름한철만 요긴하고 겨울철에는 텅 비워두는 공간, 가을부터 봄 까진 안방과 건너 방을 드나드는 통로 역할밖에 못한다. 우리주택 내부에서 가장 넓게 틔어 있는 대청이 쓰임새 적게 버려져 있대 서야 생각해 볼 문제다. 특히 재래식 주택에서 첫 눈에 띄는 특징은 대청이다. 집안에 들어서면 시원한 마루가 중앙에 위치하고 뒤주 위에 으레 백 항아리가 층층이 몇 줄. 주부의 살림 멋이 진열된다.
뒷문을 활짝 열어 젖히면 여름 무더위를 식히는데 이보다 더 시원할 데가 없다. 마땅히 가족 전체를 위한 「리빙룸」이 된다. 돗자리를 깔고 손님을 맞아들이면 부채 없이도 숨이 놓인다.
한·양을 절충한 도시의 주택에서 대개 대청을 둔다.
차이라면 마루 앞으로 미닫이를 달고 겹집인 까닭에 뒤쪽이 막히게 마련. 되도록 넓게 가지런함도 한식의 그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일 것이다.
재래식 한옥에서도 근자에는 대청을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게 개조한 예를 본다. 마루 끝에 유리 영창을 죽 댄다. 필요에 따라 때어낼 수 있는 문이다. 운치를 찾는 사람에 따라서는 분합문까지 덧붙인다. 본시 분합문은 궁궐이나 대갓집에서나 하는 문자세. 재래 띠살문은 둔중하므르 아자문살로 하면 훨씬 경쾌하다
뒤주는 장식적인 작은 것이라면 몰라도 부엌으로 옮겨야겠다는 것이 이화여대생활미술과 천병옥교수의 견해. 반닫이가 안성 마춤이라고 제언한다. 반닫이는 뭘 수장하는데도 좋고 무쇠장식은 그대로 멋이 있을 뿐 아니라 두루 잘 어울리는 가패.
사방탁자와 더불어 취미생활을 보이는 장식적 「코너」의 꾸밈이 된다.
대청의 개조에 자칫 그르치기 쉬운 곳이 천장이다. 병풍, 돗자리, 제상 등을 천장에 얹어두는 것이 과거의 습관이다.
역시 건조하게 잘 간수해야 하는 가구들이요, 자주 쓰이지 않는 물건들이다.
엉성하게 시렁을 매어 얹어 두니까 「리빙룸」의 분위기로는 볼품 사납다. 전우좌우로 개폐가 편리하도록 다락을 가설하면 드러나지 않게 정돈된다.
한옥의 경우 굳이 천당을 덧댈 것은 없다고 건축가 김중업씨는 말한다.
별도의 조작은 되려 부자연율 만든다. 한옥의 「스타일」그대로 하되 조명구를 격에 맞도록 택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형광등이란 위치나 「디자인」등 자칫 잘못다면 촌스러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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