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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의 판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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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에 「동양최대」가 또하나 생겼다. 「워커힐」의 「카지노」가 오는 23일부터 판을 벌인다. 무려 3천만원의 시설비를 퍼부은 호화판 도박장이다.
관광공사는 경영난때문에 적자를 메우는 묘안으로 서구식「카지노」를 설치한다고 말한다.
작년의 경우, 관광공사는 3억5천2백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인건비등 지출이 무려3억5천9백만원으로 7백57만원의 적자를냈다. 그구멍을 막는 비상책이 도박장이나 벌이자는 것이다.
63년 「워커힐」이 건립됐을때도 관광공사는 「코스모스·홀」에 「카지노」를 차려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8군당국으로부터 「워커힐」에 「카지노」가 부설되면 미군의 이용을 금지하겠다는 통고를 받고 단념했었다.
최근의 통계로는 해마다 미군의 출입이 15%씩 줄어들고있는 형편이다. 「워커힐」이 외국관광객들에겐 낙원이 아닌것만은 분명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자들만의 관광시대는 이미 지났다. 오늘의 외국관광객은 수수한 서민이며, 그들의 대부분은 정년퇴직으로 인생의 낙조를 즐기는 노부부이거나 월급장이들이다. 그들은 푼푼이 돈을모아 벼르고 벼르던 관광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오늘날 「이탈리아」의 관광시설들이 바로 그 「미들·클라스」(중급시민)에 적중하도록 개편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불·이·「스위스」·서독 등지에서는 「딜럭스」「호텔」못지않은 시설에서 3「달러」(불), 4「달러」(이), 5「달러」(스위스), 6「달러」(서독)씩의 싸구려 숙박료를 받는다. 보통 15「달러」를 매기는 한국의 「호텔」과는 근본적으로 경영방식이 다른 것이다. 서구의 관광국들은 「박리다매」라는 「스피디」한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동양최대」의 시설로, 그나마 고가의 이용도로 외국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경영방식부터 경제이전의 문제이다.
한국의 호화판 도박장을 찾아 붕정만리「워커힐」을 찾아올 관광객이 실로 몇이나될까.「워커힐」의 경우, 전체이용자의 54%가 한국시민이다.
결국 그 「카지노」는 한국의 고급시민들에게 구미를 돋울 것이 뻔하다. 「카지노」의 취생몽사와 향군무장과는 실로 엄청난 이율배반이다. 우리에게 지금 요긴한 것은 「카지노」의 「포트·머니」(판돈) 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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