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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의 다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 일요일 관악산기슭에선 유쾌한 행사가 벌어졌다. 한국산악회가 주최한 경보대회.
고교생부터 고희의 노인에 이르기 까지소매를 걷고 나섰다. 우선 규칙이 재미있다.10킬로그램의 개나리붓짐(?)을 짊어질 것, 앞발을 들기전에 뒷발을떼지말것, 「하나 둘…」하는 구령응원은 할수없다는것 등이다.
1백25리(50km) 를 걸어야 하니, 누가 뒤에서 대포라도 쏘는것 처럼 분주히 걸어야 할것같다. 종점에선 한창 시상식이 벌어지는 판인데, 「무쇠다리」를 이끌고 나타난 선수도 있었다. 시상식은 잠시 중단되고, 박장대소속에 이선수는 당당 「골인」 했다.
경보1착은 6시간33분6초. 줄잡아 30분에 10리는 걸은 셈이다.「버스」파 「택시」파들의선수로는 「인간타조」로 보일 것이다. 서울에서 인천엘 갔다가 다시 주안쯤으로 걸어 나온 거리를 반나절에 걸어간 것을 생각해 보라.
비교적 정예군이라는 미해병대의 표준시간은 80킬로(2백리)를 20시간에 걷는 것이다.. 「로버트·케네디」는 「프론티어」정신시대에 그거리를 불과 17시간에걸어 갔던 기록이 있었다. 하긴 우리 해병대도 그만한 거리를 평균17시간이면 걷고도남는다는얘기를 한해병대장교는 진담으로말한다.
역시 「케네디」 시대에 백악관의직원들은 「퍼보맥」강변에서 「마라톤」 대회를 열었던적이 있었다. 「미국의 양심」이라는 대심원판사 「윌리엄·O·더글러스」 노인도걷는데는 펄쩍 한다. 그는 7킬로의 출근길을 보통은 걷는다고한다.
자동차등 승용물이 발달하면서인간은 「걷지 못하는 동물」 이되어가고 있다. 인류고고학자들은 적어도 5천년전의 인간은「나일」강을 40여일이면 시작에서 끝까지 걸을수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니 하루에 적어도 1백60킬로 (4백리) 씩은걸은셈이다.
지금대로인간의다리가약화되다가는 언젠가 사람의 다리는하마의 다리로 퇴화할지도 모른다. 이제 인간퇴화를 얘기할것이아니라, 바로 서울의 자동차족들은 「버스」 값인상에 갖는 관심만큼이나 걷기운동에도 짜증을내지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인간우선의 교통질서와 도시계획이 선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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