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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자재 값 급등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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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라크전의 위험과 세계증시의 침체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국제 투기자금들이 수급불균형을 겪고 있는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 타임스.뉴욕 타임스 등 외신들은 "세계적인 위기상황에서 이같은 헤지펀드들이 기승을 부려 귀금속은 물론 농수산물 가격까지 들썩거리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통화량을 늘리는 등 디플레이션 방지에 나서면서 현금.유동성이 원자재시장에 한꺼번에 쏠린 것도 가격급등의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세계경제에 주름살이 커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원유=베네수엘라 총파업의 종결 이후 잠시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 석유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라크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다 석유생산국기구(OPEC)가 원유감산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3월물의 가격은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대량살상무기 증거확보 발언 후 급등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배럴당 2.5% 오른 33.58달러에 마감됐다. 이로써 WTI가격은 올 들어 이미 18%가 올랐다.

BNP파리바의 선물중개인 톰 벤츠는 "전쟁과 그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에서 비롯된 유가 상승세는 이라크 사태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배럴당 40달러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값은 장중 한때 3백80달러까지 오른 뒤 결국 전날보다 2.2% 오른 온스당 3백79.90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1996년 11월 이후 최고 기록이다. 샐러먼 스미스바니증권은 "이라크전쟁 이전에 온스당 4백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그러나 전쟁 가능성을 줄이는 획기적인 뉴스가 나온다면 가격은 일시에 20~40달러 가량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금값이 앞으로 몇년간 온스당 4백30달러까지 계속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니켈.구리.알루미늄=전세계적인 수급불균형으로 지난해 이후 지속적으로 올랐던 이들 원자재는 최근 국제 헤지펀드들의 집중적인 사재기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

국제 니켈 가격은 2일 t당 8천2백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서만 t당 1백달러 가량 오른 것이다.

런던금속시장에서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의 현물가격은 최근 각각 t당 1천7백10달러 및 1천4백25달러선으로 연초 대비 6~11% 올랐다.

▶기타=자동차 배기장치 촉매 등에 사용되는 팔라듐 가격이 대체제인 백금 공급부족의 우려로 4일 23년 만에 최고치(온스당 7백달러)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영국의 FT는 "국제 헤지펀드들의 사재기로 밀.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도 지난해 초 대비 10%이상씩 올랐다"고 전했다.

임봉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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