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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의혹사건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산협동조합중앙회가 앞서 실시한 금년산 수출용해태입찰에는 예년보다도 휠씬 복잡미묘한 움직임이 보여 벌써부터 의혹을 자아내게 하였다. 수출업자들이 노골적으로 담합하여 유찰작전으로 임했던것인데, 이것은 그들이 희망하는 가격으로 수출조합원들 사이에서 저희들끼리 배분하자는 속셈인것으로 보였으며 중앙회의 최저가격이 사전에 공개되다시피되었으므로 관계기관까지동원된 합동작전이 아닌가하는인상을 짙게하였던것이다.
먼 어촌으로부터 서울까지 원정나온 영세해태생산자들이 이 착취극을 저지하기 의하여 진정과항의행각을 하였으나 그결과는 예상한대로 3회의유찰이 거듭돤끝에, 입찰자와의 개별적인 흥정을거쳐 수의계약으로 결말이 났던것도 주지의 사실이었다.
해태수출에 얽힌 의혹은 굴욕적인 대일무역과 기형적인 유통구조의 대표적인 산물로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매년 되풀이되고 있던 현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전혀엿보이지 않았던것이 도리어 이상할 정도였던 것이다. 한국의 해태생산자와 일본시장가격사이의 큰 차리가 일본의 수입「코터」로 온존되고 수입「코터」에 대한 정치적작용을 구실로 기생층이 형성되고 있던것은 일본의 식자간에는 이미 상식화된 사실이었다.
일본에서 한국해태 수입은 가장 추잡한 정치자금원천의 하나로 꼽히고있으며 한국측에서도 협잡배가 춤추는 소굴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사실은 한국에서는 이번에 수산협동중앙회가 수출업자들과 결탁하여 어민에게 2억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이 수사대상에 오름으로써 비로소공공연하게 노출된것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알려진사건의 줄거리는 작년5월의 공매에서 수협중앙회는 무슨이유에서인지 최고가격으로 입찰한 업자를 실격시기고 다른 업자들에게 속당5원이나 싼값으로 수의계약해 줌으로써 해태생산자에게 부당하게 막대한 손실을 끼쳤을뿐 아니라 중앙회간부들이 업자들로부터 거액을 수회했다는 협의를 받고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같은 혐의는 수사의 진행에따라 그진부가 밝혀질것으로 보이나 중앙회장이 돌연 검찰출두지시에 불응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의혹을 더욱 짙게만하고있는 감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한번 반성하여야 할점은 한국의 전체 협동조합의 존재의의에 관한 것이다. 주무장관이 갈릴때마다 각종 협동조합의 민주적개편론은 반드시 시정공약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었지만 아직도 그 개선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않고, 드리어 이들이 빈곤에 허덕이는 농민과 어민에 기생하면서 관에외 시녀로서 타락하여가고있다는 비난성만이 자자했던 것을 상기할것이다.
조합원의 협동정신과 협동조합운동없는 조합의 형성과운영의 필연적인 결과라고는 하겠지만, 부패정치인 또는 퇴직관료들의 역직원으로의 임명과 주무관청의 관치만능사상이 한국의 협동조합을 더욱 이꼴로 몰아넣고있는 것은 아닐까.
협동조합을 이와같은 상태로 유지할 눙력밖에 없다면 그것은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오히려 농·어민을 위하는길 일것이며 당국자로서 만일 진정한 개선책을 강구할 의욕이있다면 먼저 관이 협동조합에 부당한 간섭을 할수있는길을 일절 차단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여야 합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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