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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터」속에 금덩이 주렁주렁|국제밀수단 검거 실마리 잡은 수훈의 운전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간첩인줄 알았어요. 가슴둘레가 두둑한게 꼭 권총이나 수류탄을 감춘 줄 알았지요. 그런데 「스웨터」를 훑어 올리니 누런 금덩어리가 쏟아져 나오는데는 그만 눈이 황홀해서…』사상최대의 국제금괴밀수단이 검거되는데 실마리를 만든 수훈의 운전사는 6일 자정까지도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영풍운수 소속 서울영12369호 「택시」운전사 양만표씨(34)-5일 하오5시20분께 차가 서울역 주차장을 나서려는데 35세 가량의 사나이가 『택시!』하고 소리쳤다. 말쑥한 차림에 어울리지 않게 손을 드는 품이 비둔해 보였다.
수원까지 좀 후한 1천4백원에 선뜻 계약한 그 손님은 『교통에 걸리면 곤란하니 천천히 가자』는 이상한 요청도 했다. 신사는 뒷자리에 파묻혀 줄담배를 태우고….
수원에 닿으니 다시 대전까지 4천6백원에 가겠다고 했다. 꺼림칙했으나 『오케이』. 그 손님은 『검문소가 어디어디냐』면서 5번이나 물었다.
평택 좀 못미처 소변을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가슴께가 불룩하고 바지를 치키는 것이 어색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이 『간첩이 틀림없었다』는 것이다. 정신이 아찔했다.
식은땀이 전신에 흘렀다. 『돌아올 때 적적하다』는 구실로 쑥고개 이발소에 있는 외사촌동생 최명관씨(32)를 태웠다.
천안 남부 파출소를 지나 10리쯤, 천안시 삼용동 앞 으슥한 고갯길에서 「백미러」로 보니 신사가 손을 주머니에 넣은 것이 얼핏 보였다. 『간첩이닷!』 소리를 지르며 급「브레이크」를 밟고 외사촌과 함께 뒷자리의 신사에게 달려든 것이 동시였다.
이소리에 놀라 마침 자전거를 타고가던 부락민 2명이 합세했다. 그런데 신사는 얼굴이 핼쑥 할 뿐 항거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하면 잘 생각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간첩과 타협 할 수 없었다. 외사촌과 부락민사이에 신사를 끼우고 차를 급회전-전속으로 경찰 초소로 몰았다. 경찰관이 몸수색을 했다. 웃저고리와 「스웨터」를 벗기자 쏟아져 나온 것이 금덩어리, 한편으로는 싱겁고 놀랍고….

<잡히고도 차비물어>
금덩어리는 길이가 11센티 너비가 6센티 두께가 5밀리로 도장모양과 문자가 찍혀있었다. 경찰이 수갑을 채우려하자 『잠깐만-』하던 범인은 『차비요」하면서 갖고 있던 현금3만원에서 6천원을 떼 주는 신사도(?)부렸다. 그는『나는 운반만 부탁 받았다』면서 배후도 술술불었다.
수훈의 양씨는 이공으로 밀수보상금의 최고 한도인 3백만원을 타게된다.【정천수·홍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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