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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프로, 롱런 부탁해요" "최 선배님, 전화 감사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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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경주(左), 박인비(右)

“세계랭킹 1위는 참 대단한 일입니다. 박 프로가 지금의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완급을 잘 조절해 롱런했으면 좋겠어요.”(최경주)

 “이렇게 직접 전화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최 선배님의 책(코리안 탱크, 최경주)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박인비)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최경주(43·SK텔레콤)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

최경주는 16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7개월 만인 지난 14일 새벽 입국했다. 그러다 박인비가 국내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날 오후 매니지먼트사에 연락처를 문의해 통화했다.

 최경주는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인비 프로가 지난달 29일 시즌 3승(노스텍사스 LPGA 슛아웃)을 할 당시 ‘최경주 프로의 책을 읽은 게 큰 힘이 됐다’고 기사화됐더라. 후배의 우승에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직접 목소리를 듣고 격려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독서량이 많은 박인비는 “대회가 열리는 텍사스에 월요일에 도착해 여유가 있어 한인타운에 나갔다가 책방에 들렀다. 그곳에 최 선배님의 책이 눈에 확 들어왔다. 텍사스는 최 선배님의 집이 있는 곳이어서 선배님 인기가 높았다”고 했다.

 박인비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골프를 하기 어려운 완도라는 섬에서 세계적으로 평가받은 선수가 나왔다는 게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들었다. 나는 최 선배님보다 10배, 아니 20배 더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어떤 상황이든 극복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후배에게 두 가지를 조언했다. 하나는 ‘계단원칙’이다. 우승을 향해 전진할 때도 조급해 하지 말고 한 발 한 발 올라가고, 경기가 안 풀려 내려갈 때도 한꺼번에 무너지지 말고 한 계단 한 계단씩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또 보기를 했을 때도, 버디를 했을 때도 ‘항상 감사하라’고 했다. 보기는 더블보기가 아닌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최경주는 “나도 이번 주 국내에서 우승해 올 시즌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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