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전직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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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도된 바에 의하면 교단을 떠나는 교원이 1년에 전체교원의 12%나 되며, 서울에서만 작년 한해동안 6백15명의 초·중·고등학교의 교원이 퇴직하였고, 이중 84%의 5백21명이 생활고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교직, 그 얼마나 평온하고 인자하며 성스러운 느낌의 직업이냐. 이에 종사하는 사람은 마음의 자세부티 남보다 달랐으며 그 행실도 남의 사표 되기에 힘쓰고 있고 혼탁한 사회 속에서도 스스로 연수하여 남의 앞장서기에 부끄러움이 없게 노력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부귀의 다과나 세도의 여하를 가리지 않고 한낱 권력 없고 청빈한 스승말에는 진심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가르침을 받는 것이다. 이로써 국가백년의 기초를 교육으로 이룩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며, 교직자는 자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은 꽤 세도 없고 돈 없고 경쟁심 없는 샌님네들에게 그다지도 인색한지 모르겠다. 물론 몇 백년전의 진리가 오늘날의 진리와 꼭 합치될 수 없음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성이요, 사요, 또한 교라는 일관된 사회봉사의 말단을 찾는 우리에게 너무나 차가운 매질이 아닐 수 없다.
천직으로 알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분연히 섰던 교단을 떠나야만 하는 심경이 세도를, 부귀를, 명예를 탐내지 않는 교직자로 하여금 어찌할 수 없는 길로 몰아넣은 결과가 아닌가 한다.
생활고가 원인이 되어 스스로 물러나야만 하는 이직에 하루속히 사회의 냉혹이 가시고 사회의 길잡이로 백년대계의 인도자로 자부하며 교단의 수호자가 될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교권(교사)과 아울러 생활권이 함께 존립하여 생활고로 교직을 물러나는 안타까운 사태가 없어지는 명랑사회가 이룩되길 염원하며 오늘도 맑은 어린 눈동자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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