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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3000억 긴급 수혈 … 경영정상화 뱃고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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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그룹이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구조조정의 최대 고비였던 ㈜STX의 자율협약 신청안이 받아들여져서다. 이에 따라 STX그룹의 구조조정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포스텍과 지주회사인 ㈜STX, 조선 분야 계열사인 STX조선해양·STX엔진·STX중공업 등 5개 핵심 계열사를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해 회생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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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X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4일 “채권은행인 우리은행·농협·신한은행·정책금융공사가 모두 동의서를 보내와 곧바로 자율협약 추진 절차에 들어갔다”며 “이번 달에 3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우선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자금으로 2000억원을 지원했다. 1000억원은 조만간 운영자금 형태로 지원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두 달간의 실사 절차를 거쳐 자율협약 체결 여부와 체결 시 지원 규모를 정하게 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미 자율협약 실사 중인 STX조선해양과 ㈜STX를 포함해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계획이 6~7월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채권단은 ㈜STX의 자율협약 수용 여부를 놓고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STX가 구조조정의 핵심사업인 조선 부문 계열사가 아닌 데다 회사채 규모가 많아 향후 지원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STX는 하반기에도 7월 800억원, 12월 2000억원 등 총 28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 보유한 회사채를 채권단이 회사 대신 갚아주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주회사인 ㈜STX가 회사채 상환을 못해 부도가 나면 STX조선해양·STX중공업·STX엔진 같은 다른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논리가 막판에 힘을 얻으면서 자율협약 수용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다른 채권은행의 한 임원은 “국민경제를 생각해 달라는 금융 당국의 요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강한 지원 의지도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STX의 자율협약 추진에 따라 강덕수 STX 회장이 69.4%의 지분을 보유한 포스텍의 자율협약안도 수용될 예정이다. 포스텍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조선 부문 계열사인 ㈜STX와 포스텍의 자율협약은 연동시킨다는 계획이었다”며 “조만간 포스텍의 자율협약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부문 계열사인 STX엔진·STX중공업의 자율협약안은 16일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두 회사는 향후 STX그룹이 조선 부문으로 회생하는 데 꼭 필요하다”며 “채권단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어 자율협약이 무리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STX그룹은 이번 자율협약 수용을 계기로 그동안 진행해왔던 구조조정과 자구 노력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TX는 현재 임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임금 삭감 등 자발적인 자구 노력을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사장단과 임원의 임금을 지난해보다 각각 30%와 20% 낮추고 일반 직원의 임금은 동결했다.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은 실 조직을 전면 폐지했고 ㈜STX와 STX중공업도 계열사별로 30~70% 정도 조직을 감축했다. 이를 통해 그룹 임원 수를 지난해의 320여 명에서 250명으로 줄였고 각종 운영비도 깎았다. 임직원 자녀에 대한 학자금 및 직원 건강검진 지원 비용도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연 100만~200만원 정도이던 선택적 복지제도도 중단한다. 이 밖에 광고선전비·업무추진비·교통비 등 절감 가능한 모든 비용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계열사와 자산 매각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재 STX다롄과 STX핀란드 등 유럽 지역 조선소 매각 또는 자본 유치가 진행되고 있고, STX팬오션의 유휴 선박 같은 주요 자산과 부동산 등에 대해서도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태경·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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