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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인성교육의 시작, 동병상련의 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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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곧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공자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사람은 죽는 날까지 깨달음의 연속이라고 하였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지만, 나쁜 습관을 교정할 수 있는 것도 교육의 힘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강했다. 부단히 열정을 다한 교육으로 우리의 두뇌를 총명하게 만들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전통교육은 지식의 성장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인성과 지혜로움을 갖추게 하는 게 절대조건이었다.

 옆의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서당’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단원은 잘 알다시피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실적으로 또 유머 있게 묘사하여 그 시기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많은 풍속화를 남겼다. 바로 이 그림은 한 아이가 숙제를 다 못해 왔는지 선생님께 야단맞고 돌아앉아 우는 모습인데 주위의 친구들은 키들대며 웃고 있다. 놀려대는 표정이라기보다는 동병상련의 미소라 할까, 짓궂지만 귀엽고 천진한 얼굴들이다.

김홍도 ‘서당(書堂)’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서당교육은 천자문으로부터 시작하였다.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사는 사람의 이치, 우주의 원리, 사계절의 오묘함을 배우는 것이다. 전통교육에서는 자연의 이치라 할 수 있는 오행(五行)의 목·금·화·수·토와 인간의 심성인 오성(五性)의 인·의·예·지·신이 상호합일되는 원리를 교육의 기본 덕목으로 삼고 있다. 즉 나무(木)를 통해서 인(仁)을, 쇠(金)를 통해서 의로움(義)을, 불(火)을 통해서 예(禮)의 질서를 배운다. 물(水)을 통해서는 겸손과 포용의 지혜(智)를, 흙(土)은 만물을 생성하는 토양이 되듯이 인간관계에서 기본은 무엇보다도 믿음(信)이라는 인성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다. 한글을 창제하여 글을 몰라 어두운 세상을 살던 백성들에게 광명을 찾게 해 준 우리 민족의 고마우신 큰 스승을 기리기 위해 세종대왕의 탄신일로 정한 것이다. 한글 덕분에 민족문화의 융성도 이루고 IT 강국도 앞서 나갔다. 세종대왕의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지식의 나눔과 소통과 화합의 정신을 실천한 리더십을 우리는 진정으로 이어받아야 한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