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첫 여류문학박사|이대 이혜숙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멀리 한강이 굽어 보인다. 방학으로 텅빈…◇
◇…이대교정 한모퉁이에서 이혜숙교수는…◇
◇…연구실에 틀어박힌채 주위를 잊고 있다.…◇
오는26일의 졸업식에서 그는 우리나라의 여성으로선 첫 문학박사가 된다. 『학문이야 항상 새로운 시작입니다.』
졸업은 시작이고 박사가 된다는것은 그에게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하라는 굳은 명령이다.
세 아이의 어머니인 40대의 여인으로 차지하게된 명예에 주어질 온갖 찬사를 그는 매몰차리만큼 외면한다.
『어지간히 시작이 늦었지요.』
43년에 김옥길리대총장과 같이 이화전문부를 마친 그는 주위의 권고와 사정에 따라 30줄에 들어서 엄두나지 않는 영문학을 다시 파고들었다.
두번의 미국행에서 「미시간」과 「캘리포니아」의 두 대학을 거치는동안 자리잡힌 언어학에 대한 연구는 그에게 주위를 잊고 학문에 재미를 붙인 두 가지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의 학위논문은 「한국어의 생성음운론」. 어휘자질의 잉여규칙이란 부제가 달린 까다로운 것이다. 58년 「미시간」대학에서 돌아와 구조언어학을 학계에 본격적으로 소개했던 그는 새로운 언어의 변형, 생성의 이론과 방법으로 우리말의 음운조직을 파헤친것.
그의 연구로는 우리말의 기초적인 모음은 3개, 자음이 5개로 우리말의 변천은 분석과정에서 저절로 드러난다. 논문의 심사위원장인 최현배교수는 『국어학의 새로운 개척이며 이로써 언어학의 새경지가 넓게 열렸다』고 평가한다.
어린것들을 두고 미국에 떠날때 「몹쓸어미」에「나쁜자식」을 남길거라고 친지들은 말렸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보채 부담없이 갔다왔다. 맏딸이 이번에 같은 대학을 마치며 막내아들은 형이 있는 연세대를 들어간다.
『학문하는데는 경제적인 여유도 필요하겠지만 올바른 마음의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평범한 이말에 부끄럼을 느낄 우리나라의 교수는 얼마나될까.
『연구에 고비가 꼭 따릅니다. 그 고비를 넘긴 기쁨은….』
열반의 기쁨이 그런것이 아니냐는 반문이다.
지금은 훌륭한 한가정의 어머니인 그의 정진이 멈추지 않는한 훗날에는 대단한 학문의 어머니로 모셔지리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