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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모자가 지게차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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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영안모자㈜가 지게차 생산업체인 미국의 클라크 머티어리얼 핸들링 컴퍼니(CMHC)를 인수하게 됐다.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은 4일 "클라크 미 본사 부채와 상표권.특허권을 1천만달러에 인수하기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계약을 체결했으며 운영비용까지 총 2천2백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고 말했다.

백회장은 "한국과 유럽.남미의 자회사 세 군데도 자산인수 방식으로 사들일 예정이며 총 매입대금은 1억달러 정도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영안은 이달 말까지 미 본사에 대한 투자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오는 4월까지 자회사 세 곳의 채권단과 인수조건을 협의할 예정이다.

한국 자회사인 클라크 머티어리얼 핸들링 아시아(CMHA)의 부채 규모는 8천만달러, 독일 자회사의 부채는 1억달러 정도다. 독일 자회사는 채권은행인 도이체방크로부터 3천5백만달러 수준에서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은 상태다.

자금 압박으로 2000년부터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챕터11'에 들어간 CMHC는 지난달 미 파산법원에서 매각협상을 벌였다. 참가한 6개 컨소시엄의 조건을 검토한 재판부는 영안을 인수 대상자로 선정했다.

백회장은 "매매차익을 얻기 위한 투자회사가 아니라 14개 해외공장을 운영하는 제조회사라는 점을 미 법원이 높이 평가한 것 같다"며 "자회사를 포함한 일괄 매수는 현지 채권단과 마찰을 빚을 수 있어 본사를 인수한 뒤 자회사별로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백회장은 클라크의 자회사를 모두 인수해 정상화할 경우 영안의 영업망을 활용해 해마다 최소 5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917년 설립된 클라크는 80년대까지도 세계 5백대 기업에 들어가며 지게차 시장에서 1위를 지켰으나, 90년대 이후 경영환경이 나빠져 현재는 매출액이 3억5천만달러 수준으로 지게차 시장에서 5~7위권을 맴돌고 있다.

98년 삼성중공업의 지게차 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아시아 본부(CMHA)에서 지게차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백회장이 59년에 창업한 영안모자는 연간 1억개의 모자를 만들어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 매출액은 2억2천만달러다.

94년 코스타리카에 있는 버스.특장차 제조업체인 마우코를 인수해 자동차 부문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지난해 8월 매출액 규모가 영안의 두배나 되는 대우자동차 부산 버스공장과 중국 구이린(桂林)대우버스를 1천4백억원에 인수키로 양해각서를 체결해 화제를 모았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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