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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신문고] 주꾸미 음식점 왜 원산지 안 밝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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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특별사법경찰관들이 지난달 24일 수원의 한 음식점에서 원산지 위반 단속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기도 시흥에 사는 주부 한인경(52)씨는 지난달 중순 주꾸미 음식점에서 9000원짜리 주꾸미 비빔밥을 주문했다. 국산 주꾸미인지 궁금해 메뉴판을 확인했지만 원산지 표시가 없었다. 한씨는 과연 음식점들이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한씨가 주꾸미 음식점에서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은 주꾸미가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음식점이 반드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 품목은 쌀·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오리고기·배추김치·넙치·조피볼락(우럭)·참돔·미꾸라지·뱀장어·낙지 등 12가지다. 주로 소비량이 많은 것으로 국산과 수입산의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품목이다. 다음 달 28일부터는 양고기(염소고기 포함)·명태·고등어·갈치가 추가돼 의무 표시 대상이 16가지로 늘어난다.

 원산지 표시 대상이 아니더라도 음식점이 자율적으로 국산이라고 써놓을 수 있다. 그러나 메뉴판에 ‘국산 주꾸미’라고 표시하고 다른 것을 쓰면 처벌을 받는다.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다 적발된 음식점에 대해선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업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취재팀은 음식점들이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지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4∼25일 경기도 특별사법경찰 단속반원 7명과 함께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소재 음식점 25곳(한식 14곳, 생선요릿집 6곳, 고깃집 5곳)을 찾았다.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었다. 점검 결과 음식점 25곳 중 5곳이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됐다. 음식점 중엔 산낙지·연포탕에 중국산 낙지를 사용하고도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낙지는 주꾸미와 달리 음식점에서 원산지를 반드시 표시해야 하는 식재료다.

 불법은 아니지만 식재료의 원산지를 계산대 주변 등 손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써놓은 업소가 8곳이나 됐다. 원산지 표시 글자 크기가 규정보다 너무 작은 업소도 6곳이었다. 원산지 표시는 메뉴판이나 게시판의 글자 크기와 같게 해야 한다. 단속반의 정봉수 수사반장은 “손님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법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올해 1~4월 전국의 음식점 5만3819곳을 조사한 결과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은 경우는 전체의 2.2%인 1206곳으로 나타났다.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 제도가 도입된 2008년 0.6%(11만1738곳 조사, 643곳 적발)이던 적발 비율은 지난해 1.5%(19만9944건 조사, 3039곳 적발)로 높아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곽노성 연구위원은 “음식점 원산지 표시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있고 소비자의 신뢰도도 낮다”며 “홍보와 계도를 강화하면서 지속적인 단속과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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