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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변화의 기본파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21일밤 북괴「게릴라」 31명이 서울시 심장부에 침투하여 살상을 자행한 충격적인 사건의 발생에 뒤이어, 23일하오에는 미해군정보수집보조함「푸에블로」 호가 동해의 공해상에서 북괴군함및「미그」기의 위협아래 나포되어 원산항에 이끌려간 사건이 발생했다. 북괴 「게릴라」 의 집단적인 서울침공이며, 미함의피납사건은 휴전성립후 미주유의 대사건으로서 군사면을 포함한 제반정세가 심히 심각하다는것을 옹변히 입설해주고 있다.
서울시에 침투했던 「게릴라」의 잔당이나, 혹은 새로 침투해들어오는 「게릴라」 의 소탕에 대해서는 군·설이 치열한 소탕작전을 전개할것이요, 또 피납된 미함문제에대해서는 판문점회담이나, 혹은 미·소간의 외교「루트」를통해서 그 송환교섭이 행해질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충격적인 두 사건에 대한 사후선처만으로 사태가 호전되리라고 보기에는 현하정세는너무도 중대한것이요, 때문에 정세의 기본동향에 대한 명확한 분석판단이 국가적으로요청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선 문제가 되는것은 휴전협정을 전적으로 무시한 북괴의 도발행위가 전쟁의 재발을 각오한것이냐, 혹은 단순히 심리전상의 효과를 노리기위한 일시적인 모험인가 하는것이다. 이에대한해답은 국내외경세의 광범한수습과 과학적인분석과 평가를 통해서만 나올수 있을것이요, 결코 주관적이거나 자의적인 해석의 혼입을 부허하는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러한 결과나 능력이 불충분한탓으로 무엇이라 경솔하게 논단할 수없다. 그러나 다만 한가지 확인한것은 이번사태를 단순히 「재내형의 산발적인도발」 로 보기에는 사태가 너무나도 심각하다는 것이요, 6· 25전쟁 재판의 전초전적인성격의것으로 간주해야할점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66년8·12, 김일성의 「자주노선」 선언이 한국에 제2전선을 전개하라는 북평측의 압력을 거부한것이요, 또 이를 계기로하여 그동안 냉각됐던「모스크바」- 평양관계가 상당히 호전된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후 김일성집단의 동태를 보건대, 그들은 「전인민무장화운동」 을 전개하는데광분했고, 때문에 북괴의 무력과 전쟁도발의 경향이 전례없이 기강된것도 부정키 어려운 사실이다. 이처럼 전쟁태세를 가장한 김일성집단의군대가 이번 사태가 생기기직전 휴전선방송을 통해서 난데없이 모택동을 찬미한것을보면 북평-평양사이에는 한국에 제2전선을 편다는 밀약이 성립되지않았나하는 해석도 충분히 성립될수있다.

<제2전선화의 우려>
월남전쟁이 본질적으로 미· 중공전쟁의 전초전이라고 하면, 월남전선과 한국전선은 군사적으로 부가분리의 관계에있음을 부정못한다. 월남전쟁은 교전쌍방이 각기 전쟁목적을 달성치못한채 지구전단계에 들어섰는데, 이 지구전을 정치협상으로 해결짓지못한다고하면 결국 남는것은 군사적인 확전뿐이다. 그리고 군사적확전에 있어서 원자무기를 사용치않는 조건이라면 중공은 되도록 전선을 확대, 한국에 제2전선을 설정하여 극동에 있는 미군사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하는것을 최선지책으로 한다.
이와 같이 국제정세를 개관해본다면 지금 한국정세는폭발직전에 놓여있다고 판단해서 별로 잘못이 아닐성싶다.
설령 이와갈은 해석이 한국에서의 휴전동결상황을 과소평가한데 비롯한 비현실적인것이라하더라도 북괴가 휴전선을 유지한채 「게릴라」 를대량 침투시켜 남한을 「제2의월남」 처럼 만들 생각을 가지고 이를실천에 옮기고자 하고있음은 누구도 부인못한다.
북괴는 작년부터「무장간천망을침투시켜 살인·파괴행위를자행해 왔었는데, 이번 「게릴라」 의 집다적인 서울침공은남한에대한 교란작전이 자치적인 단계에서 군사적인 단계로 이행했다는 움직일수없는 증거이다. 우리 정부지도층이 이 변화의 심도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움직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 사건의발생과 그 뒷수습과정을 보면북괴의 대남 「게릴라」 공세에대해 거의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고 보지 않을수 없다. 앞으로 북괴는 계속 「게릴라」 를 남파해가지고남한을 「제2의 월남」 으로 만들기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다할것으로 예촉된다. 이처럼 휴전선을 형식상 유지한채 기공 전면적인 군사공세를 취해오는 북괴에 대해서 대한민국이 소극적인 방어전태세만취해야할것인가, 이것 역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의 이임>
지금 이순간에도 미국은 북괴에대해 역력을 가하기위해 원자항모 「엔더프라이즈」 호를동해에 출동시키고 있다고전한다. 이로 미루어보아 북괴가 취하는 태도 나름으로서는 한국경세는 최악의 상태에 들어설는지 모른다. 위의모든것은 한국의 정치정세·군사정세가 변화하는 기본방향에 관해 정부가 갖고있는 정보와 견해를 국민앞에 충분히 공개하고 민주적비판을받아 승공태세를 신속히 갖추어놓을 필요성이 지대함을말하여준다.
6·25동란때 우리 국민은 무방비상태에서 호언장담만 일삼는 무책임한 정부밑에서 살아왔기때문에 무참한 희생을헤아릴수 없이 입었다. 우리는 이런 쓰라린 경험의 되풀이를 결코 원치않는다. 정부는 사태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기본적인 견해부터 밝혀 국민의 비난 과 협조를 얻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이번 서울사건이 일단 가라앉는대로 방위의 진공을 가져온데대한 책임추궁이 대통령자신에 의해서 엄격히 행해져야할 것이다. 솔직하고 책임을 강조하는 정부라야만 국민의 협력을 얻어 국가안위의 난국을 과감하게 극복해나갈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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