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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의 문화재|보호의 실태를 쫓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성웅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는 일본으로 밀반출되기 직전 되찾았다. 영광과 치욕이 점철된 이나라의 국보, 이겨레의 긍지를 한갓 돈과 바꾸려는 도둑들. 하물며 이나라를 초토화한 왜난중의 기록을 그 침략자 일본에 서슴없이 갖다주려는데 온국민의 부끄러움과 울분을 샀다. 그러나 민족문화재의 밀반출 기도는 이번만이아니다. 하늘로 바다로 새어나가는 무수한 문화재에 비하면 그것은 빙산의 일각. 다만 부산은 근년 밀반출양으로보아 대폭적인 거점이돼 날로확장할 따름이다.

<부산엔 암매상20>
몇해 전만해도 부산시내의 고미술품 취급장은4, 5개소. 그러나 요즘 20여개소로 늘어났다.이지방엔 이렇다할 국내수집가가 없기때문에 주로 외국인 상대다. 그들은 몇명 또는 몇십명씩 「가이다시」니 중상을 앞잡이로 하여 물건을모아 외국으로 흘려보낸다.
밀반출「루트]는 대개 배편. 외항선원을통해 일본의 실력있는 골동상을 조사. 사전타협을 짓게한후 물건을 「트렁크」에넣어 보낸다. 선원들이 그대금을 받아으면서 다음계획에 옮기는게 상례라한다. 최근엔 이에 재미본 일인들이 직접와서 역시 같은 방법으로 밀반출한다.
지난해 8월 일반 관광객을 가장하고 입국한 입강의부 (34·정강시준부정1의45)는 고려동경, 세형동검, 신라토기, 이조백자등 6백여점을 내가려다 적발됐다. 이사건은 부산 시내 골동상 박경호(30·고미사)씨가 앞서 제9호 동해호기관장 김모로하여금 이들을 불러들이게 했다.
사들인 물건들을 자기점포에 숨겨두고 직접 혹은 외항선원들을통해 일부 반출까지 했던 것. 이들이 남긴 쪽지에는 대원군난초, 고려때 담흑색토기 다색호등이 적혀있어 이런것들도 구미에 당겼던모양.
문화재보호의 구호는 한결 높아졌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모든 문호는 밀반출을위해 개방 된셈이다.
지키는 사람도 없거니와 지킨다한들 너무 구멍이많다.
이른바 알짜문화재는 공로를 이용한다. 서울의 관문 김포공항에마저 1명의 감식원도 파견돼있지않다. 세관원이 적당히「체크」할뿐인데 그들에게 전문적인 눈이 있을리없다. 『문화재를 내가려면 반드시 정부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합니다』공항입구에는 관광객을위해 이런 안내판이 있음직한데 아무데도 없다.

<밀반출 문호활짝>
주한미군은 가장 안전한 「루트」로 알려지고 있다. 골동상들은 미군기관에 근무하는 친지를통해 VIP(미군사우편)편을 이용한다. 혹은 휴가차일본에 가는 미군편에 들려보낸다. 물론 수송당사자는 내용을 알리없지만 일본에 도착하면 수취인이 대기하고있다. 상자당 10「달러」는 골동가의 상식.
외교관이 한국에 있는동안 사서 즐기다 가지고 가는것은 막을 방도가 없다. 모국대사관에오래 근무한 외교관이 2「트럭」분량, 또 다른 외교관은 귀국후 점포를 차릴 만큼 모아갔다고한다. 더구나 후자는 귀국후 8천「달러」를 국내 골동상에 보내 대량 밀송케한 「루트」 는 어딜까?
그건 고사하고 우리나라 국제우편국을통해 나가는 것마저 방관상태. 체신청 감사계는 답변한다-들어오는 것은 샅샅이봐야 하지만 나가는걸 다「체크」할수있습니까? 손이 모자라요. <육중한 석탑빼내>
얼마전 고려탑을 「하와이」로 옮겨간 일이 있다. 석탑이 크고 무거우므로 물론 배편일 것이다. 66년봄 미국의「메이시」 백화점은 인천에서 도자기·목공예품등 1백26점이나 되는 물건을 선적하다가 적발됐다. 말하자면 재수없이 걸린셈이다.
66년6월 일인 좌등씨와 한국인 권종문(38·대구)씨가 공모, 공로로20여점을 반출하려다 적발된 일이있다. 또 교포인 정경씨는 국내 골동상의 부탁을 받고 버젓이 들고 나가려다가 잡혔다.
그들이 반출하는 물건이 다 귀중한 것은 아니다. 개중엔 가짜와 아주 허술한것이 허다하다.

<개중엔 가짜섞여>
지난1년간 당국에 반출허가를 정식으로 신청한 건수는 1백50여건에 5천여점. 그중 2천여점은 반출이 허락됐다.
관광객으로 걸려봤자 물건만 놓고가면 그만, 형사책임이 없다. 밀수품이 적발되면 국고에 귀속하게 마련인데 해방후 그런 예가 없다. 그 물건은 모두 어디 갔을까. 뒤로 나줘버린것일까.
골동상들은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안사면 외국으로 나갑니다」-위협이 아니다. 요즘 고미술품상가에서 소상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이지만 큰골동상은 가게문을 닫아놓고 번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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