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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환경의 악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파운드」화의 평가절하와「존슨」의「달러」방위조치로 우리의 대외경제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개발계획의 성과가 높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을 가지고 더욱 고도성장에 박차를 가하고자 하고있다. 고도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일 자체가 반드시 나쁠 것은 없지만 그것이 대외환경변화를 고려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냐 그렇지않으냐에 기본적인 문젯점이 있는 것이다.
솔직이 말하여 그동안의 고도성장이 국내저축율의 증대에의한 자력성장이었다기 보다도, 외자도입에의한 부채성장의 결과이었다는데 커다란 이론이 있을 수없다. 따라서 앞으로도 고도성장을 지속하려한다면 보다많은 차관과 연불수입 그리고 무역수지의 역조확대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도성장의 전제가 대외환경의 변화로 흔들린다면 우리도 고도성장정책을 재평가하고 재조정하지않을수 없게되는 것이다.
고도성장을 위해서 구득하기 어려운 외자를 더욱 비싼이자로 유인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가치있는 일이냐하는 것이 첫째문제로 제기된다. 국제적인 고금리경향은 당분간 지속될것이며 그것이 단순한 고금리만으로 그칠것 같지 않다. 각종의 제한조치를받고 있는 외자는 필연적으로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제공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자본을 제공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상품시장을 유지확대할 수 있거나 원리금을 신속히 회수할수 있어 단시일내에 차관수입국의 자원을 수탈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자본을 제공하지 않을것이라는 점이 똑똑히 인식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비록 양질의 외자만으로도 고도성장을 이룩할만큼 충분한 외자를 우리가 확보할수있다고 하더라도 제공되는 외자를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은 위험한일이다. 외자의 원리금상환압력을 감당해갈수 있겠느냐가 문제다. 우리의 수출능력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우리의 수출구조가 허약하다는 것이 더욱 큰문제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수출은 약 70%가 미국과 일본시장을 상대로하고 있으며 나머지는「스터링」권과 심한 경쟁관계에있는 섬유류 내지 의류계통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달러」방위조치가 강화되고 있어 수입세의 3%인상과 수입제한조치의 강화가 불가피하다. 더우기 우리의 대미수출은 대부분 수입제한조치대상인 경공업제품이므로 대미수출전망은 어둡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대일수출도 적지않은 애로를 안고 있다. 미·일간의 무역규모로보아 일본은 미국시장에서의「달러」방위조치로 커다란 타격을 입을 공산이 짙다. 뿐만아니라 「파운드」화의 평가절하로 일본은「스터링」권에 대한 수출에서도 약5억불의 수출감퇴요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같이 본다면 대일수출전망도 그리 낙관만을 할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일본측으로서는 단기신용을 확대하여 우리를 상품시장화하려할 공산이 크다. 이경우 우리의 대일수출증가율보다 수입증가율이 현저하게 높아져서 우리가 일방적인 이용대상이될 가능성이 짙다는 점을 경계해야할 것이다.
또한「파운드」화의 평가절하로 우리의 섬유류·의류수출도 커다란 타격을 받을것이 틀림없다. 이 분야는「홍콩」·인도·「파키스탄」등과의 경쟁도가 큰데 이들 제국은 당분간 「파운드」화의 평가절하로 우리보다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수출저해요인 외에도 선진경제의 보호주의적인 악순한이 세계경제의 후퇴경향을 재촉할때 파생될 일반적인 수출정체현상이 일어날 것도 분명하다.
이와같이 수출전망이 일반적으로 어두울 것이라면 제공되는대로 외자를 받아들일 때 원리금상환 압력때문에「덤핑」수출이라는 출혈수출을 강요받게 될것도 분명하다.「덤핑」수출을 강행하는경우 실물은 많이 나가도 외환「베이스」는 늘지않아 국내물가가 크게 오르게 될 것이며 반면 국민후생은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고도성장은 좌절될 위험이 있으며 비록 고도성장이 이룩된다 하더라도 그 성과는 해외에 유출되어 남을위해 우리가 고생하는 역리가 될것이다.
우리의 대외경제환경이 차츰 악화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덮어놓고 고도성장정책을 고 창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고도성장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보유외환을「달러」에서「마르크」나「프랑」으로 서서히 전환시켜, 있을수도 있는「달러」의 평가절하에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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